난청 고양이, 자신만의 세계

우리 경철 고양이, 난청이어서 그런지 타고난 성품인지 문득 저 혼자만의 세상을 갖고 있는 아이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잠은 늘 집사를 감시하듯 보이는 곳에서 주무시는 경철 고양이, 침대방 문간에 있는 바구니에서 주무시다 문득 잠에서 깨어 일단 집사가 있나 눈으로만 확인 한 후, 일어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괭이들처럼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뒹굴거리다 머리가 저렇게 밖으로 떨어지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상식 아니겠나 싶은데,

난청 고양이, 자신만의 세계 1

오히려 경철 고양이는 일부러인듯 저 자세 그대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두리번 두리번 무어 그리 구경할 게 많은지 찍소리도 않고 저 모양으로 5 ~10여 분을 노는데 단 한 번도 안 떨어지려고 한 발로라도 버팅기고 이런 거 없다. 이것이 경철 고양이만 하는 "세상 뒤집어 보기"인가?

바구니에 뒹굴거리는 하얀 고양이

저 일련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사람은 여차하면 목 꺾일까 조마조마 한데, 오히려 "엄니,  안 자고 머 한대유?" 하더니

난청 고양이의 특별한 놀이

입이 저절로 벌어지도록까지 목을 꺾어, 에괘괘개ㅗ~~그그그극~~ 사람이 저러고 있으면 틀림없이 이런 소리가 났을 듯?

바구니에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 고양이

드디어 단 한 번의 아둥바둥도 없이 부드럽게 일어나더니

드디어 똑바로 앉은 고양이

내가 모...?

 

이러는 개그묘가, 평소에는 소통의 벽을 느끼는 건지 자신 밖의 세상은 재미가 없는 건지 소리도 없이 이렇게 혼자 놀기를 잘 하고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아 늘 안타까운데 그 대표적인 예를 들면, 거의 매일 이렇게 집사가 누운 침대가에 앉아, 요구 사항이 있다 치면 철수씨는 벌써 뛰어올라와 앵앵대며 설치는데,

맹한 얼굴로 바라보는 고양이

하염없이 이렇게 안타까운 눈빛만 쏘고 있으니...들리지 않아 소통하는 법을 몰라 그런가, 아니면 지 느낌에 철수와 집사 사이가 더 돈독해 보여 따돌림 당한다는 판단에 자신감을 잃은 건가... 실제로 절대 그런 거 아닌데...

집사에게 잔소리 하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는 하루종일 요따구로 빽빽대며 따라 다니는 것도 모자라 설거지 하는 집사를 기어이 부엌 바닥에 앉게 해서 다리를 베고 드러누워 버리는데...

묘한 시선을 보내는 고양이

와중에 경철 고양이 뭐 하나 마음이 쓰여 찾아보니... 똑딱이로 6배, '이빠이' 땡겨야 이렇게 보일 만큼 뚝 떨어진 곳에 앉아 요따구 표정으로 이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기 때부터 편히 만지지 못하게 하는 등, 살짝 거리를 느끼게 하는 성격이기는 했지만 요즘의 느낌은 아무래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비밀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사람 나름의 짐작에 마음이 성치않다. 게다가 두 녀석 모두 잠 잘 때 몰래 움직이다 문득 돌아보면 언제나 꼬랑지에 따라와 있는 놈은 경철이! 누구도 풀 수 없는 난청이라는 비밀 앞에 경철 고양이가  마주 서 있는 것인가... 2012.05.31

 

경철 고양이의 저런 행동은 역시 난청으로 인해 세상에 적응하는 일이 보통 고양이들보다 약간은 더 힘들었던듯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즘은 마치 집사와 끈이라도 연결돼 있는듯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조금만 무엇이 마음에 안 들면 철수 목소리는 저리 내다앉아라 할 만큼 우렁찬 소리로 고래고래 집사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게다가 들리지 않는 덕분에 철수 고양이보다 겁도 훨씬 적은 데다 오히려 철수가 그것을 배워 쓸 데 없는 소리를 꽥꽥 지르고 돌아다니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 해도, 생각 없는 사람들의 무작위적인 육종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날 수 밖에 없는 죄 없는 생명들... 지진이 났을 때 진동을 느꼈음이 분명한데도 '세상은 원래 진동 투성이야'라는듯 꿈쩍도 않던 모습이 벌벌 떨며 엉덩이를 낮추고 얼어붙은 채 한 발짝도 못 떼던 철수보다 오히려 더 마음 아팠던 것과 같은 마음이 이 아이한테는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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