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 어미 길고양이

지붕 위 묘생들, 건조한 사료만 달랑 들어있는 맛 없는 밥이 아닌데도 하도 이 봉지 저 봉지 뜯어 여기저기 어질러 놓는 바람에 독한 맘 먹고 지붕이 어느 정도 자동청소 될 때까지- 사료가 쉬이 상하는 계절이 아니어서 아그들이 새 밥 없으면 먹어 치우겠지 -며칠 아무 것도 주지 않고 내버려 두는 중인데, 아침에 일어나 침대방 환기를 위해 창을 열었더니 맞은편 집 계단 난간에 떡하니 앉아 이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지영이! 지붕이 어느 정도 청소가 됐나보다, 내다보니 역시... 맹한 냔, 밥이 없으면 부를 것이지... 다른 집 아그들은 밥순이를 잘도 불러내두만.

지붕 위 어미 길고양이 1

혹 또 사료 흐뜨려 놓을까 주식캔만 두 개, 봉지에 담아주니 득달같이 물고 사라지심. 새끼들 먹이러 간 것이 분명하니 틀림없이 또 오실게야...두 번째로 와서는 이미 밥을 다시 담아 줬는데도 가져가지 않고 저렇게 딴청을 피고 앉아 있다."아니 뭐 내가 딱히 밥 더 달라고 온 건 아니거등?" 떡을 할 냔, 날더러 저리 비키라는 거다.잠시 자리를 피했다 확인해 보니 맞다, 내가 보는 데서 자꾸 물고 가기는 뭔가 뒤가 구렸던 모양.


그런데 사료 알갱이가 조금만 섞여도 먹지 않는 이 아이들을 어째야 할지 정말이지 고민이다, 원하는 대로 준다면 하루에 캔 반 박스는 - 조금 과장해서 - 그냥 나가는데 내가 그렇게까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단 말이지...그런데 너 콧잔등 - 오른쪽 -에 스크래치는 뭐니?

지붕 위 어미 길고양이 2

그리고 참, 창문 열어놓고 목청껏, 고래고래 노래하는 성인 여자는 어떤 마음이길래 저럴 수 있을까... 내게는 아직 아침 시간인데 몇 분간 계속 된 테러가 똥 밟고 그 위에 철푸덕 미끄러진 기분이다.

메롱하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 내가 지영이와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다 지켜보고 느낀 것은? 방구 뽕! 메롱~ 2012.10.22

 

저 날도 세상이 이웃이 시끄러워 똥 운운까지 했었구나 . 나는 (이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되지만) 반드시 딱 한 가지 장애를 가져야 한다면 청각장애를 가지고 싶다, 답답 하겠지만 뭔가 휴식이 오지 않을까 하는... 대한민국은 암만 날이 가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저 때로부터 두 집 째 이사를 했건만 가는 곳마다 노래하는 이웃 여인이 있고 끊임없는 공사 소음 끊임 없는 가래침 뱉는 소리, 끊임없는 쌈박질 그리고 왜 사람들은 재채기를 하면서 고함을 지를까...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이유까지 보태 무쟈게 힘 든 하루가 갔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는 것이지... 무식은 죄라는 걸 나이 들어가며 점점 더 절실히 깨닫는다. 나는 뭐 아이도 아니면서 언제나 내게 벅찬 일을 호기롭게 벌려놓고는 머리가 깨진다느니 과부하가 걸렸다느니 혼자 또 징징댄다. 주제파악 좀 할 때도 됐건만은!  나도 암만 날이 가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2017. 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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