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은,

나도 가끔은 스스로를 꽤 마음에 들어 할 때가 있다, 가 이 꼭지 제목의 전체 문장이다.

잘난 척? 잘난 척 좀 하면 어때! - 요즘 들어 내 내면의 많은 것이 바뀌어가는 중이다.

[개명 전자소송 - 보정권고]

내가 개명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은 이전 포스트에서도 말했고 그 이전 한참 전에도 말했지 싶다. 그리고 승인(?)이, 또는 판결이 나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다 늦게, 공무원들 퇴근 시간에 딱 맞춰 문자 한 통이 왔는데 읽어보니 서류를 보정하라는 명령이다. 이거이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는 사람 손???!!!

 

뭐? 내라는 거 다 내고도 미심쩍어서 관공서용이니 뭐니 다 따로 다운로드하여 이중으로 냈는데도 보정이라니?  - 다 생략하고 내가 낸 문건을 살펴보니 주민번호 뒷자리가 가려져 있었고 이걸 다 보이게 해서 다시 내라는 뜻이었다. (법원에가서 보니 "보정명령"이라 하두만 ㅎ~)

 

그런데 전자소송 사이트에 들어가서 열 번도 넘게 살펴봐도 보정서류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절대로 모르겠다. 이럴 때는 검색 밖에 약이 없다. 그리하여 싸!랑해 마지않는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금세 나온다. 그래서 문자 받고 10여분 만에 서류를 다시 제출했더니 위 같은 문자가 다시 왔다. 그럼 이제 판결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이런 순간 나는 갑자기 나도 꽤 괜찮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0넘은 할망구가 어디 한 곳 징징 대거나 말 붙일 상대도 없는데 혼자서 순식간에 디지털 일을 해치워버리는 등의 일들을 겪으면서 말이다.

[우리 집 하얀 천사]

그리고 이 녀석들을 보면 또한 내가 꽤 괜찮은 인간이다,라고 자화자찬하게 된다. 어떤 인간은 제 몸 좀 아프다고 제 손으로 10년 넘어 함께 산 아이들을 생판 모르는 남에게 버리기도 하는데 나는 내가 굶어도 이 아이들 밥 굶긴 적은 없다. 아무리 아파도, 놀아주지는 못해도 나보다 약한 생명에게 해야 하는 기본적인 대우는 목숨 걸고 해내고 있다는 이런 것...

[자다가 슬쩍 눈을 뜨는 내 하얀 천사]

우리 집 영원한 아기 경철군, 들리지 않아도 뭔가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눈을 슬쩍 뜬다 "여그 또 뭔 일이여?"

[자다가 사진 찍는 기색에 깬 경철]

한참을 살피다가 "엄니, 또 그 짓이여?, 내 참 귀찮아서!!!" 하더니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장면들이다. 먹보 경철이와 심술보 철수. 먹다가 돌아보니 제 형이 집사의 작업을 방해하고 있고 아, 그래도 되는겨? 하는 눈빛이 되더니 곧장 따라 한다. 그러다 다시 집사가 사진을 찍으니 "역시 내가 할 짓은 아닌가벼~" 했을까 마지막 장면을 끝으로 집사에게 돌진해 더 이상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이렇게 우리는 꽤 괜찮게 살고 있다. 티브이를 못 본 지가 3주 정도 돼 가지만 예전처럼 눈 감고 귀 막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레 티브이도 보게 되려니 하며 요즘은 유튭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종일 돌리며 바구니 작업을 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나를 꽤 괜찮은 인간으로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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