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메밀꽃

나는 바구니 장사다. 그런데 이 바구니 사진을 도무지 어떻게 찍어야 사람들이 사고 싶게 만들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그래서 소품의 도움이라도 받아볼까 궁리하다가 절임(프리저브드)한 메밀꽃을 한 다발 사들였다.

 

남들이야 뭐라든 이제부터 꽃보다 더 아름다운, 뜻밖의 장면이 시작된다.

[내 고양이가 꽃이다]

냄새가 냄새가~ 숨을 못 쉬겠다 느낄 정도로 아린 지린내가 나 이걸 어쩌지 하는 와중에 특별한 상황만 있으면 귀신같이 나타나는 우리 집 홍반장!

[꽃냄새를 골똘히 맡는 꽃보다 아름다운 고양이다]

꽃과 바구니를 어떻게든 이용해서 좀이라도 볼 만한 장면을 잡아내려고 이리저리 꽃도 옮기고 바구니도 옮기고 하던 나는 바구니 장사꾼에서 이내 고양이 집사로 변신한다. 

[이 장면을 스토어에 올릴까? - 오렌지 초코 바구니다]

바구니를 보기좋게 사진에 담아내서 많이 팔아먹어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나는 사실 고양이 사진밖에 찍을 줄 모르는 것 같음 --;;

[꽃에서 왜 고양이 오줌 냄새가 나는지?]
[꽃의 잘못일 리가 없어. 바구니 냄새일 것이야!]

이 이상한 냄새가 꽃에서 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바구니에서 나는 냄새를 골똘히 검사한다.

[음, 역시 꽃이 문제야]
[경철이 저기다 오줌을 쌌을 리는 없고]
[악취의 원인이 꽃이라는 걸 확인하는 똑똑한 고양이]

장면 장면이 너무나 환장 하도록 귀엽고 아름답고 귀여워 이리저리 배치하고 바구니를 바꿔가며 더 많은 컷을 남기고 싶었지만 저 악취의 원인이 절임 용액의 화학약품 냄새 때문임을 바보 아니면 다 알 수 있었기에 더는 아이가 꽃에 코를 들이밀게 할 수는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고양이와 메밀꽃의 환상적인 장면은 여기서 끝. 꽃은 세탁실로 퇴출. 그런데 역시 나는 고양이 있어! 부럽지? ㅎㅎ

[자다가 마다따비 냄새에 깬 경철]

철수는 보여드리면 차별이니까 이번에는 경철의 장면.

마따따비를 하도 오랜만에 사 주었더니 깊이 자던 잠 속에까지 냄새가 스며들었던 모양인지 흠흠, 하더니 잠자리에 반만 걸아나와

[냄새를 맡다가 머리는 흔드는 중]
[막대기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경철]

캣닢 쿠션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경철은 마약 앞에서는 언제나 공손하다. 취하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 모양이라는 생각을 언제나 하게 만든다.

[마따따비의 시간은 30초가 넘지 않았다]

30초도 채 지나기 전에 쩝! 입술을 핥으면 다시 숨숨집 안으로~

[불만스런 표정]

뭐 이따위 걸로 사람 아니, 고양이 잠을 깨우고 난리야!

[딱 한 군데 중독 된 하야 고양이]

마따따비, 캣닢에는 쉽게 중독되지 않는 이 고양이도 딱 한 군데 중독된 곳이 있었으니,

[중독 된 그곳을 바라본다]

바로 집사다. 그래서 집사는 살아있어야 한다. 그것도 건강하게. 이들의 중독이 정말로 나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메밀꽃과 고양이의 환상적인 콜라보. 돌아오는 봄에는 인터넷의 약품에 쩔은 프리저브드가 아닌 꽃시장에서 드라이플라워로 만들 만한 생화를 사다가 바구니 사진은 모르겠고 우리 아이들 사진이나 잔뜩 찍어야겠다, 그러니까 우리 셋 다 그때까지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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