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하얀 고양이의 이면 - 지킬과 하이드?

우리 집에 대장 고양이는 명실공히 호랑이 고양이 철수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형제를 11년 동안 알고 계시는 분들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얗고 얌전하고 고고해 보이는 우리 집 하얀 고양이]

방금 밥 먹고 물러나 앉아 그루밍도 끝나고 한참이나 멍하니 사유에 빠져 있는 듯하다.

[하얀 솜덩이를 찍은 게 아님]

이 허연 것만 보이는 장면은 실수가 아이고 바로 이 허연 것의 "침범"이다. 하얀 고양이의 지킬&하이드의 장면이 시작된 것이다.

[식탁 앞의 고양이 형제]

그리고는 난데없이 철수가 열심히 먹고 있는 밥그릇에 얼굴을 스윽~ 그냥 들이민다.

[형 밥을 뺏아먹는 소심쟁이 하얀 고양이]

식탐이 별로 없는 철수가 오랜만에 건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는 그마저도 뺏아 먹으니 집사 속이 휘딱~ 그걸 눈치라도 챘는지 슬그머니 집사 눈치를 보기도 한다.

[밥 뺏긴 호랑이 철수]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성분과 상관없이 느들 입에 맞는 거 맘껏 먹어라"로 마음을 바꿔먹은 집사가 처음으로 저질의 건사료를 차려준 날이었다. (사진에도 나온다) 저질=맛있음=역시나!

[슬쩍 경철의 의향을 떠보는 철수]

"어이 좀 비켜줄래, 나 아직 덜 먹었거등?" 밥을 빼앗긴 철수가 슬그머니 경철에게 제 뜻을 전달해봐도 (이 정도면 저 저질 건사료가 너무나 즈들 입에 맞는다는 뜻이다) 꿈쩍도 않는다.

[무력감을 느끼는 대장 고양이]

이상하게도 밥그릇 앞에서는 철수가 힘을 못쓴다. 길고양이들을 살펴보면 대개 어리고 약한 아이들을 먼저 먹이며 순서을 기다리는데 (고양이는 밥자리는 싸움은 해도 막상 먹고 있는 아이와는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11년 가까이 이런 광경을 관찰해왔지만 이 형제의 경우에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르겠다.

[경철이 양껏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철수]

드디어 하얀 고양이가 양껏 드신 모양이다. 그 때까지 철수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기다렸으니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대개의 경우에는 경철이 제 밥을 뺏으면 그냥 물러나 일러바치듯이 집사에게 오는 것이 보통인데...

[밥 도둑냥, 그루밍 중]

제가 도둑인 줄도 모르는 도둑 고양이, 양껏 드시고 그루밍 중이시다. 철수는 왜 매 번...?

[프린터 성애묘]

그렇게 경철이 먹고남긴 밥으로 배를 채운 대장 고양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프린터 앞에 식빵을 굽고 앉았다. 요즘 송장을 프린트해내느라 프린터가 철컥철컥 할 때가 더러 있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을 때도 저러고 오매불망 프린터가 종이를 뱉어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통 큰 넘!

[지적 호기심은 별로 없는 뻔뻔스런 넘]

밥 뺏아먹은 넘 역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제 형이 도대체 왜 저렇게 자주 프린터 앞에서 식빵을 굽는지 이해를 못 해한다.

[감자를 생산할 때는 엄근진 표정으로]
[집사품으로 살금살금]

그리고 집사가 침대에 앉기만 하면 잠시도 지체 없이 살금살금 스며드는 우리 집 무릎 고양이. 내가 버럭 하지도 않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스며들어

["삐약~" 아기처럼 우는 11년차 묘생]

이제 됐다, 싶을 때쯤 "삐약~"하고 집사에게 품을 내어달라고 조심스레 청한다. 이 또한 하얀 고양이만 보면 목덜미부터(식탁 앞에서만 예외) 물고 늘어지는 대장 고양이의 지킬&하이드적인 장면이다. 더하기 빼기 냉정하게 해 보면 어느 한 넘 기울지 않으니 집사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킬&하이드의 장면에 솔직히 아직도 익숙해지지는 않았지만 관여치 않기로 매번 마음먹는다. 건강하게만 자라거라.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