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 걸어 엮기 지끈 바구니와 밥 먹기

예전부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바구니 무늬가 있었다. 

[걸어 엮기 무늬]

걸어 엮기라고, 바구니 기둥에 "X"무늬가 엮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넘의 것, 유튜브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배운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할 설명을 하거나 영상을 0.5배속으로 돌리면서 순서를 익히려 해도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포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대단히 지능이 낮거나 아니면 대단히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하는 스타일의 사람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오늘 아침에 있었다. (여기서 '자기 주도적'이라는 말을 '제 하고픈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과 동의어다)

[걸어엮기 무늬 지끈 바구니 만드는 중]

맨 아랫줄에는 실수가 드문드문 보이지만 엮어나가면서 보니 어느 순간 "아하~ 동영상에서는 이 설명을 안해서 내가 못 알아먹었구나" 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때부터 나는 걸어 엮기 기법을 익힌 셈이 됐다. 그런데 어쩌면 보고서는 따라 할 수 있어도 내가 터득한 것을 설명으로 하면 못 알아먹겠다, 할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곰팡이 핀 밥]

그러다 배가 고파서 이틀 전쯤에 해 한 끼만 먹고 까맣게 잊고 있던 밥을 데워 간장, 참기름이나 뿌려 그야말로 허기만 면해야겠다 생각하고 열어보니 젠장! 그 새 곰팡이가 여기저기 피어있었다. 그러게 밥은 먹을 만큼만 하고 남으면 제때제때 냉동 아니 적어도 냉장은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걸 어떤 사람들은 게을러서 그렇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각설!

[말라 비틀어지고 싹이 난 감자]

그럼 뭐 먹나, 살펴보니 식탁 아래에 몇 달째 방치 돼 싹이 나고 말라비틀어진 감자 몇 알이 눈에 띄었다. "그래, 너로 결정했어!" 껍질을 두껍게 깎아 압력솥에 안치고 - 그런데 전자레인지에 30초면 따끈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이 냉장실에 있었는데도 이제는 있는 것도 잊어버려서 못 먹고 버리는 그런 정신머리가 됐다.

[거의 완성이 된 걸어엮기 지끈 바구니]

그 사이에 아직 손에 덜 익은 기법을 스스로에게 확실하게 주지시키기 위해 무늬 연습을 몇 단 더 했다.

[익혀서 설탕 뿌린 감자]

감자는 아까부터 다 익어 이제 거의 식어가고 있었다. 버터를 바를까 잠시 망설이다 그저껜가부터 대단히 원시적인 탄수화물인 달고나 등등이 자꾸만 당기던 것이 기억나 원시적인 탄수화물을 듬뿍 뿌려 먹었다.

[걸어엮기 바구니 완성]

그리고는 걸어엮기 바구니 완성. 사실 이렇게 기다란 원통형 바구니는 쓰레기통이나 드라이플라워를 듬뿍 꽂아놓는 등의 용도 외에는 딱히 어디 쓰면 좋겠다, 생각나는 것이 없어 쓰레기통 뚜껑을 만들어 씌울까, 캔디 바구니 뚜껑을 만들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저대로 내버려 둘까 궁리 중이다. 계획 없이 그냥 시작했던 것이라 딱히 쓸 데도 없고 뚜껑은 나중에 씌워도 되므로 일단 저리 내비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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