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싸움은 칼로 물 베기?

고양이 형제는 뭐하는지 안중에도 없던 집사가 엎드려 바구니질이 한참인데 갑자기 저 쪽에서 "흐아앍!" 하는 생전 못 들어봤던 험한 하악질 소리가 날아든다. 하악질, 하면 우리 집에서는 경철이 밖에 없으니 철수가 또 무슨 짓을 했길래 저리 심하게 굴지? 해서 번쩍 고개를 들었더니

[제 형을 매섭게 노려보는 경철]

두 녀석이 이렇게 마주보고 있다. 그러니까 철수가 어떤 액션을 취한 건 아닌 걸로 보이는 상황인데

[서로 당황한 고양이 형제]

경철 시키, 지가 생각해도 이번 하악질을 오버인가? 싶었는지 화 난 표정은 풀지 않고 눈길을 슬쩍 피한다. 동시에 철수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른 고개를 돌린다.

[정말 화가 많이 난 고양이 표정?]

철수가 당황스러워 하니 다시 기가 살았는지 저 눈빛 좀 보소! 환장하겠네... 집사 마음이란 어미 마음과 똑같아서 아이들이 공연히 이렇게 사이가 나빠보이면 (더구나 한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인데) 내가 잘못 키워서 저러나 하는 자책감을 느끼게 된다 ㅜ.ㅜ

잠시 고개를 돌리고 생각에 잠겨있던 철수가 다시 얼굴을 들어 여전히 곧 잡아먹기라도 할듯 노려보는 경철을 감히 마주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철의 이번 처사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집사도 공감) 에잇! 하며 순식간에 경철을 향해 뛰어오르니

이미 경계태세 2만%이던 경철은 번개보다 더 빠르게 침대 아래로 사라지고 없다. 이에 대장 고양이 숨은 동생에게 눈을 맞추고 "까불지 마라이!?" 눈빛을 한참이나 보내다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집사는 암 것도 못 본 척... 그리고 다시 바구니질에 열중하다가 아이들 밥 먹어야지, 싶어 상황을 살피니

숨어있던 겁쟁이, 하악질쟁이 녀석은 이렇게 평온하게 침대 위에 널브러져 고양이 특유의 끄으응 이잉~ 노래 부르는 듯한 코골이를 하며 자고 있고

다른 한 넘 또한 언제 싸웠냐는 듯 미운 동생 바로 아래에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잠이 들어있다. 이런 그림에 오히려 황당한 것은 집사다. 좀 전에 그 지롤들을 했으면 잠시라도 서로 좀 삐쳐있어야 정상 아닌가? 역시 고양이 형제의 싸움은 언제나 그렇듯 칼로 물 베기?

[셔터 소리에 눈을 뜨고 애교를 부리는 철수]

집사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안 들리는 경철은 여전히 코를 골며 깊이 자고 있지만 철수는 잠결에도 집사의 기척이 반가운지 움찔움찔 애교를 시전 하신다. 암만 칼로 물 베기 싸움이라도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아그들아. 느들 그럴 때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진짜로 심장이 쪼그라든단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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