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누가 고양이 밥값을 대요?!

"그럼 누가 고양이 밥값을 대요?!" 이 말, 내가 몇여년 전에 실제로 들었던(인터넷상의 답글로) 말이다. 누가 고양이 밥값을 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지금?! 밥값 걱정하는 인간이 고양이는 왜 데려왔어? 게다가 일부이처 비중성화한 품종 고양이들을? 이 일부이처로 동시다발적으로 새끼를 만들어 판매하던 인간과 주고 받은 공방인데 갑자기 이 사연이 떠오른 것은

[남의 숨숨집을 차지한 우리 집 대장 고양이]

바로 이 사진 때문이다. 순진하게도 잠시 티스토리를 떠나 (이것에도 숨은 사연이 있다, 멍청하도록 순진한-모자라는-? 나 때문에) 잠시 다른 곳에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적었지만,

 

인터넷으로 물건을 볼 줄은 아는데 결제를 할 줄 모른다셔서 의도치 않게 오프라인으로 고양이용 마약 바구니를 구매하셨던 분이 뜻밖에도 새로 오픈한 몰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주셨다. (아마도 가게 이름을 외우고 계셨던 듯 전번이 바뀌었네요?라는 말씀도 없었음)

2시간마다 분유를 먹여가며 살려낸 길고양이 새끼의 사연과 녀석의 취향을 전하시면서 "아, 얼마나 별난지 츄르도 안 처먹어요~ 글고 웬만한 상자에 다 안 들어가고 꼭 그 바구니에만 들어가 콕 처박혀 있어요. 우리가 오만 짓을 다 해 봤어요~" 그만치 별난 시키니까 디자인은 반드시 이러이러해야 한다, 그러그러한 숨숨집 하나 만들어주라, 하시는데... ㅇㅎㅎ, 나는 그런 별난 녀석을 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그런 디자인의 숨숨집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던 즉,

그렇게 주문하신 숨숨집을 최대한 묘사하신 대로 만들어나가면서 긴가민가 하던 중에 마침 우리 집 효묘이자 대장 고양이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가 주길래 이때다, 하고 주문하신 분에게 중간점검을 받으려 사진을 전송했더니, "아유, 쏙 들어가 있네요~ 지붕이 굉장히 높네요~" 라며 전화를 해오신 걸 보니 이 정도로 높은 지붕을 원하신 건 아니었지만 대체로 만족하신다는 뜻으로 들려

 

그때 든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 고양이 밥값은 누가 벌어요?!" 세상천지 말도 안 되는 질문이지만 고양이들, 제 밥값은 이렇게 제가 번다!!! 시키지도 않은 모델 짓으로 말이다. 이 숨숨집은 그렇게 완성이 됐고 지금 마감재가 마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것은 반드시 내 몰에 올려 웬만한 마음 아니면 구입하기 힘든 가격을 붙일 생각이다. 물론 주문하신 이 분에게는 다른 가격이 되겠지만.

그리고 "이 보셔요~ 고양이들 제 밥값은 시키지 않아도 다 제가 벌어요!" 일갈 할 만한 또 하나의 장면. 내 친구가 내 몰이 너무 구경거리가 없다 해서 별로 판매할 마음도 없으면서 그냥 할 줄 아는 것 해 본 손잡이 뚫린 바구니, 그냥 볼거리로 만든 바구니이기에 그냥 몰의 한 페이지를 채울 생각으로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담아 바구니 사진을 찍으려는데

[밥벌이는나 혼자만 해도 충분 하다냥!]

이 못 말리는 효묘가 또 뛰어올라와 "엄니, 저 밥벌이 할래냥~" 하자 같이 모델 서자며 끼어드는 제 동생을 거역치 못할 엄한 눈빛으로 몰어낸다.

"음~ 이제 밥벌이도 충분히 했으니 맥주나 한 잔 할까냥~" 하시는 장면인데 참말로 밥은 고양이가 벌어들이고 먹는 넘은 집사? 며칠 전 복지사 쌤이 "그럼 고양이 밥은 누가 줘요?" 하시는 질문에 "아, 당연히 제가 주죠~" 했더니 "그럼 선생님이 드시고 살아계셔야 걔들도 살겠지요?" 했던 대화도 떠오르고...

이런 장면을 보고도 "고양이 밥값은 누가 벌어요?!" 할 파렴치, 몰염치한 집사가 또 있을까?!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지 않았니? 사람은 다 제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고~ 그런데 고양이는 집사가 먹을 것까지, 게다가 등에 칼 꽂힌 집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까지 가르쳐주려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집사가 그때 그 니은 말고 또 있을까?

고맙고 또 고맙고 그 몇 배로 미안하고 또 미안한 소중하고 또 소중한 내 시키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