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넘과 당당한 넘

그저 눈만 뜨고 있어도 도도해 보이는 넘이

카메라를 들이대니 눈까지 내리깔아 가며 도도함을 자랑하신다.

그런데 이 도도한 넘이 애교를 부리신다? 천만의 말씀! 반구 수면 중이시다. 고양이는 야생에서는 사냥감에도 속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늘 이렇게 위험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자세로 쪼그리고 머리를 들고 앉아서 잔다거나 한쪽 눈만 감고 나머지는 말갛게 뜨고 자는 일이 참으로 흔하다.

거의 같은 장면으로 보이지만 이때 카메라를 의식했다.

즉각 반응을 보여 벌떡 일어난다? 아니다, 즉각 반응을 보여 쭈욱 기지개 한 번 펴더니 아예 제대로 잠자는 자세를 만들어

영구 같은 헤벌쭉한 입으로 진짜로 잠이 들어버렸다. 집사의 카메라 따위야 경계할 대상이 아니라는 걸 잠결에도 간파한 것이다. 도도한 넘 웃기로 있네. 이렇게 자는 모습을 보니 빙구가 따로 없구먼.

그리고 당당한 넘! 판매하려고 만든 바구니라 먼지, 고양이 털 등이 앉지 않게 한 곳에 모다 차곡차곡 진열을 하고 천으로 고이 덮어놓았는데 귀신이다. 내 눈에는 저 천이 떠 있어서 고양이가 들어갈 만한 용기를 못 낼 줄 알았는데 귀신 같이 저것이 고양이 바구니라는 걸 알아차리고 들어가 한 잠에 빠졌다. 깨울 수도 없고...

다른 날, 철수가 다른 곳에 있는 사이에 판매할 바구니들을 다른 곳으로 치우고 즈들 쓰던 바구니를 그 자리에 올려놓았더니 이 바구니가 그 바구니냐? 아느지 모르는지 여늬날과 똑같이 그 자리에 올라가 솜방망이 처억! 내딛고 대장다운 위풍당당함을 과시하신다.

그런데 인간의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바구니가 바뀐 걸 모르는 것 같다. 안다면 이렇게도 태연하고 당당할 리가? 요즘은 한순간 순간을 느끼며 새기며 지내려 애쓴다. 세 식구 모두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는 것을 늘 의식하기 때문에.  아마도 영원히 살 것처럼 아등바등하지 말자, 라는 말을 순간순간 스스로에게 되새기기 때문인 것 같아 귀하고 또 귀한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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