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의 밥벌이 현장

정말이지 아주 오랜만에 고양이 형제에게 밥벌이를 시켰다.

아침 먹이고 나면 집사는 할 일이 넘쳐나 제정신이 아닌데 아침이면 늘 그렇듯이 '놀아주거나 머리를 빗어주거나'를 요구라는 고양이 형제에게 문득 며칠 전 인스타에서 본 먹이 퍼즐을 보고 혹시나 하고 예전에 사두고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아 쓰지 않았던 먹이 퍼즐을 디밀어 봤다.

혹시나가 다 뭐냐, 역시나 잠시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온 철수 말 그대로 냄새만 몇 번 킁킁 한 뒤에 철수해버리고

[숨숨집 안의 우리 집 솜사탕 고양이]

경철도 제 시그니처 포즈 (이 숨숨집을 젤로 좋아한다).  그랴, 몇 년 전에도 재미없어하던 걸 나이 더 먹은 지금이라고 뭐... 포기하고 나는 내 일에 즈들은 즈들 일에(졸다 깨다  빽빽거리기의 반복) 열중한 하루였다. 그러다 두 녀석 모두 너무 조용하고 집사도 일에 몰두하다 보니 밥때를 놓치고 말았네?

그러다 해가 지고나서 뭔가 바각거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이런 장면이?  - 사실 이건 이미 철수가 경철이 이마빡에 솜방망이 한 대 날리고 경철이 저 뒤로 밀려난 시점부터 찍힌 것이다.

"이 시키, 너 또 가까이 오면 내 확 조사 버릴 거야!" 경철의 움츠러든 표정을 보니 철수 표정 또한 안 봐도 알만하다

"내가 다 벅어버릴겨!" 하는 철수 뒤에 "엄니...ㅜㅜ" 하는 경철의 희미한 모습

그러는 사이 철수는 이제 일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밥벌이에 나선 것이다. 그래, 사람이나 고양이나 역시 제 밥은 제가 벌어먹어야 젤 속이 편하고 맛있는겨~

하지만 역시 배가 고픈 경철도 오래 참지 못하고 형이 뚜껑을 열고 바각바각 까까를 씹는 모습에 저절로 이끌린 듯 다가왔다.

"나, 나도 뭐 좀 먹을겨..." 긴장과 조심스러움을 함께 장착한 귀여운 왼손!

수고양이들은 대개가 왼손잡이인데 왼손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던지 귀여워 환장할 각인 분홍 젤리를 드러내며 오르손으로 퍼즐의 뚜껑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다.

아, 당연히 뚜껑이야 열리지이~ 밥벌이에 성공한 경철이 까까에 입을 가져가니 이를 바라보는 저 대장 고양이의 표정 좀 보소! 이럴 때 집사라면 그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지 모두 짐작하실 것이다.

역시 그랬다! 또다시 솜방망이 펀치에 껌쩍 놀라 뒤로 물러앉은 경철이 보이고 때린 후 아직 선을 덜 내린 철수의 모습이 짐작만 겨우 할 수 있도록 잡혔다. 집사는 낄낄대느라 사진에 뭣이 담기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ㅎㅎ

"야, 내 아까 경고했다아? 확 조사 분다고!"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일까?" 기가 죽어 얼음이 돼 앉아있는 경철과 대장답게 "내가 저 시키를 갋아 뭣하랴" 하듯 자리를 떠나는 철수.

그리고 두 번째로 펀치를 얻어먹은 경철은 "엄니, 내가 진짜로 글케나 맞을 짓을 했어여?" 하듯 집사를 건너다본다. "아이다, 아이다. 머거 머거~"

집사의 응원과 철수의 양보(?)로 드디어 밥벌이 감을 혼자 차지한 경철, 이 뚜껑 저 뚜껑 쉽게도 열어젖힌다. 늘 맹한 척하던 녀석이 배가 고프니 머리가 마구마구 돌아가는 모양

이 대장 고양이 좀 보소! 사실을 뚜껑 여는 일이 녹록잖아 뒤로 물러선 주제에 남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게 아니라 대놓고 입부터 들이밀기!

그리고는 이제 요령을 알았는지 이 뚜껑 저 뚜껑 두 녀석이 사이좋게(?) 번갈아 왔다 갔다 하며 두어 뚜껑만 남기고 그 많은 까까를 다 먹어버렸다. 파티믹스 족히 1/3 봉지 ㅜ.ㅜ

이쯤 되면 밥을 차려드려야 한다. 어미가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라면만 먹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건 또 철수의 시그니처 표정 - 일하는 집사 무릎 위에 무작정 "응, 응"하는 고양이 특유의 소리를 내며 놀아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고양이의 밥벌이는 이리도 예쁘고 쉬워만 보이는데 인간의 밥벌이는 그런 게 아니란 말여 이 시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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