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세월

양이 형제의 사진을 늘 들여다보는 편인 내가 가장 귀여워하는 것 중 한 장면,

[비닐귀신]

비닐만 보면 머리를 들이밀어

숨도 안 막히는지 저 깊숙한 곳까지 겨들어가 아예 엎드려 버린 경찰과 또 그것을 너무 부러운 듯 눈동자까지 새까매져 살피고 있는 철수! ㅍㅎㅎ~

[화장실 비닐커튼 뒤로 기어들어간 경철]

그리고 이건 그 몇 해 후에 찌그러진 성냥갑 같은 아파트의 욕실 문이 썩어 달아 놓았던 비닐커튼 뒤로 또다시 겨들어간 경철, 암튼 비닐만 보면 환장을 하고 덤비던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음

[커튼 뒤로 들어간 동생이 궁금한 철수]

그게 또 부러워 뒤따라가 요리조리 살피며 함께 겨들어갈 구멍들 찾고 있는 철수도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그런데 잠시 후, 거기 들어가 봐도 별 것 없던 모양인지 되돌아 나오려는 경철,

그런데 말입니다! 암만 발을 내딛어도 몸은 나오지 않고 비닐이 점점 제 몸을 옥죄어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경철 눈동자의 색을 보면 아주, 몹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 인간은 푸히히! 웃고 있었다 --;;

나의 거친 몸짓과 나를 그를 지켜보는 너의 거짓 같은 사랑~

머리도 좋지~ 그 방향으로는 안 되는 다시 들어갔던 방향으로 나오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낸 천재 고양이! - 이다음 장면이 없는 것은 결국 집사가 카메라를 놓고 아이를 꺼내 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끊임없는 호기심 속에 살던 아이가 열 살이 넘더니 (사실 6세 이후부터)

바로 제 옆에 비닐이 잔뜩 쌓여있고 심지어 깔고 앉아있기까지 하면서

아무 즐거움도 호기심도 없는 표정으로 그저 집사만 따라다니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것이 고양이의 세월인데 이런 시절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또 스스로 힘든 일을 벌이기까지 한 집사가 너무나 미안하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이성적인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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