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바구니에서 문득 발견한 세월



연일 가을장마니 태풍이니 때문에 비가 내리며 날씨가 후텁지근하다 쌀쌀하다를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어제가 좀 더웠길래 오늘은 반바지로 갈아입고 대기를 탔는데 아니나 다를까, 머피의 법칙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삶을 사는 나! 오늘은 쌀쌀하다,  춥다! 옷을 입기보다 동과 북, 양쪽으로 열린 창문을 닫으려고 일어섰다가 문득 또는 뜬금없이?

[고양이 형제보다 더 나이를 먹은 바구니들]

방금 전, 언제나 거기에 있었던 듯 서 있는 두 개의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이 뭐 별거라고?

[세월의 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내 바구니]

창문을 닫으면서 무심코 내려다 본 바구니 뚜껑에서 한눈에 세월을 보아 버렸다는 것이 별것... 내가 고양이 형제로 일가를 이루기 이 전부터 재미로 짜던 지끈 바구니, 이 물건들은 모르긴 해도 아이들이 생기기 한두 해 전에 완성한 것인데 (아이들이 온 이후로는 대품을 제작할 겨를이 없었으니 틀림없이) 매일 창문 여닫으며 보는 바구니, 그 바구니의 세월이 왜 이제야 눈에 들어온 것일까...

 

​오래된 바구니에 끼인 때는 이리도 아름답고 정겨워 보이는데 어찌하여 오래된 사람의 마음에 낀 때는 점점 더 추악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한순간에 그런 퀘스천 마크가 떠올라 그림(사진)으로 만들었다. 내 마음에 끼인 오래된 때는 어찌해야 이처럼 정겹고 고즈넉하고 심지어 아름답게까지 느껴질 수 있을까...

[애교 부리는 할아버지 고양이]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바구니보다 덜 오래된 늙은 고양이, 컴퓨터 책상 아래 몸을 반쯤 숨기고 제 어미를 올려다보며

[고양이가 두 손울 깡총하는 것은 애교 애교 중인 것이다]

두 손을 깡총 모아 올리고 눈까지 검실검실, 에쁜 척을 한다. 너도 정물이라 바구니처럼 때가 묻을수록 강건해지고 아름다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내 눈에는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 아기 때는 귀여운 맛이 있지만. 그리고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11살 된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미 방출분 대공개라고 단 하루의 휴식 또는 애도의 기간도 없이 사진을 올리는 집사의 마음은 무엇일까, 미 방출분 공개... 를 보고 팔로잉을 그만둬 버렸다, 나름의 방식이겠지만. 그리고 사는 방식이나 애도의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내 마음에 끼인 때는 앤티크 해서 그 값어치를 하기는 하는 것일까?

귀 때문에 다시 컨디션이 별로인 경철 씨, 집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감을 느끼고 동굴에서 기어 나와 잠시 주변을 살피는  중,

들리지 않는 아이라 카메라 든 참에 한 컷 남기려고 방바닥을 콩! 구르니 비로소 집사를 올려다 본다. 할아버지라도 역시 아름답다. 낡은 내 바구니만큼이나 세월 따라 아름다워지는 것이 너희들이구나, 그러니 나도 너희들과 내 오랜 바구니들처럼 나이 따라 때가 끼인 만큼 그윽하고 깊은 맛이 있는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었으면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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