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폴을 설치한 지 1년 하고도 반이 지났는데~

우리 집 수줍 또는 소심냥은 첫 번째 캣폴에 약간의 관심을 보이는 듯해 올라가서 이모저모 살피다가

누구도 뜻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여런 꼴로 미끄러지는 미끄러지는 꼴이 하도 우습고 귀여워 "푸하하" 웃어젖혔지만 이 일이 아이에게는 트라우마가 되듯 발판에는 올라가도 해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두달 지난 후 새로운 캣폴을 창가에 설치했는데 북실북실한 천을 유난히도 싫어하는 고양이 형제, 경철이는 물론이고 비교적 낯가림이 적은 철수도 그쪽 캣폴의 해먹에는 죽어도 못 들어간다면 며칠을 버티는 걸

집사, 손재주 두고 엇따 쓰겠노, 지끈으로 북실북실한 천이 다 가려지게 짠 깔개와 좋아하는 간식으로 유인해 골인! 하지만 그동안 경철은 이 쪽 캣폴에는 관심도 주지 않는 세월이 일 년 하고도 반!

그런데 며칠 전 밤 경철이 갑자기 "으아이, 우웨이~" 소리를 지르신다. 이상타, 오늘은 좀 느낌이 다른 목소리라 좀 놀란 마음으로 소리 나는 쪽을 올려다봤더니

우리의 경철이가 생전, 진짜로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해먹 안에 뙇! 그래서 이 녀석의 의기양양 나 좀 보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ㅎㅋㅋ 고양이에게 해먹을 즐거움을 가르지는데 1년 반이 걸리다니.... 그래도 집사는 기쁨에 넘쳐 연사로 장면을 찍어댄다

집사가 환장하니 고양이는 오히려 "칫, 이게 뭐 별 거라고!" 하는 표정을 짓는다. 해먹 정복했다고 소리소리 지를 때는 언제고...

대장 철수가 가만히 있을까, 슬쩍 눈치를 보니 관심 1도 없이 엎드려 있다.

하지만 경철은 이 날을 시작으로 창가 해먹을 제 아지트로 삼았는지 내내 그곳에서 낮잠도 자고 창밖을 구경도 하고 어떤 날은 "오줌도 안 마렵니?" 할 정도로 내려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아무튼 집사에게는 하 신기한 일이라 어떻게 해먹을 정복하는지 그 과정을 낱낱이 기록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딱 걸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바스켓에 얼굴을 비비며 영역표시 정도 하는 척을 하더니

입맛 쩍 다시며 제 형의 동태를 실눈 뜨고 한 번 살피고는

"내 목표는 저기야!" 하듯 해먹을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행동개시!

똥딱지 묻은 똥꼬를 보이며 밤 창밖을 잠시 내다보더니

[뛰어오르느하 허공에 뜬 두 다리가환장각 ㅎㅎ]

해먹으로 직진하기에는 구조가 좀 난해했던지 바스켓으로 일단 휘리릭~

그리고는 해먹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다. 바스켓에 일단 들어갔던 건 "나 해먹 가는 거 아니야~"라는 어필을 제 형에게 하고 싶어서였을까?

하지만 대장 고양이는 다른 쪽 해먹에서 무관심~ 경철을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하품까지 쩌어억 하시는 걸 보닌 경철은 아웃오브 안중이다. 역시 대장은 대장!

그제야 소심 고양이 안심하듯 입술을 한 번 핥고는

"나, 이런 고양이얏!" 하듯 집사에게 건방지기 짝이 없는 눈길을 한 번 쏘아준다

이쪽의 표정은 진짜로 "아무 생각 없다"

형의 느긋한 태도에 안심을 하고 자리를 잡은 고양이 경철,

해먹이 얼마나 꿀렁꿀렁 편안하고 재미있는지 이제야 알았나 보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아예 코를 박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 캣폴을 설치한 때가 2020년 3월 15일이니 가히 1년 반이나 걸려 새로운 캣폴에 적응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고양이다!

 

이 날부터 이 소심한 넘은 저 안에서 밤을 보내기가 일수, 집사에게 치대지 않아 좋기는 하지만 더 찬바람이 불면 틀림없이 집사 잠옷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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