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휴지 케이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종종 해왔다. 며칠 전에 보여드렸다시피 아이들이 밥 먹은 후 식탁 닦기 또는 화장실 청소 후 모래삽 닦이 등에 두루마리 휴지가 크리넥스 등의 티슈보다는 저렴해서 만만한데 문제는 이 두루마리 휴지가 집안에 맨 몸으로 굴러다니는 것이 영 보기에 민망하고 마뜩잖았던 것이다. 하지만,
얼른 생각 하기에는 위 그림처럼 만들어서 두루마리 휴지를 넣어 구멍으로 빼서 쓰면 된다 싶겠지만 두루마리는 바깥쪽에서부터 풀리기 때문에 위 그림 같은 디자인의 케이스에 넣었을 때는 휴지가 빙빙 돌지 않고 그냥 뚝뚝 끊겨버리므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휴지심을 빼서 가운데부터 빠지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할 수도 있지만
휴지심을 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웬만해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두루마리 전체가 망가지길 각오하고 뺀다면 위 그림처럼 나온다. 이것도 망가질 걸 뻔히 알기 때문에 다 써가는 휴지를 가져다 시험 삼아해 본 것인데 이 꼴이다. '그까이꺼 머'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직접 한번 해보시길~ ^^;;
그렇게 시난고난 휴지심 빼는데 성공을 해도 문제인 것이 말 그대로 두루마리이기 때문에 빠지는 휴지도 위 그림처럼 두루마리 원통형으로 빠진다. 모두 아시다시피 두루마리 휴지는 얇아서 곧게 쭈욱 빠져야 쓰는데 불편함이 없다. 위 그림처럼 빠진다면 뺀 것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두루마리 화장지 케이스의 디자인은 반드시 휴지가 옆으로 누워 풀리는 쪽이 케이스의 구멍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관건은 휴지가 옆으로 누울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것인데 화장지 자체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원통형이라 케이스 안에서 굴러가게 하려면 케이스가 상당한 면적의 여분을 가져야만 한다. 너무 꽉 끼어서 휴지가 구를 수 없다면 이 또한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자리를 너무 차지하면 이 또한 없느니만 못한 물건이 된다. 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채 두 개의 케이스를 완성했다.
시중에는 두 가지 사이즈의 두루마리 화장지가 있는데 오른쪽에 있는 것이 마트나 인터넷 등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고 왼쪽에 있는 것이 어떤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더 크고 더 뚱뚱하고 휴지 자체도 더 두껍다. (사진의 것은 쓰던 것이라 날씬하다)
그래서 왼쪽 것은 큰 두루마리, 오른쪽 것은 작은 두루마리용으로 반만 완성했고 그래도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하다.(오른쪽의 사각형은 접시를 아무것이나 가져다 낑낑 끼워 맞춘 것이라 저 꼴이다) 어쨌든,
완성된 것이 아무리 사용 가능하다 해도 진짜 휴지와 케이스를 비교해보면 이 정도 차이가 나는데 너무 거추장스럽지 않나...?
어떻게 하든 케이스 사이즈를 줄여 덜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2줄을 한 조로 잡았던 사릿대를 그냥 단순히 한 줄로 해서 엮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다, 사릿대가 가늘어지면 훨씬 더 섬세한 조절이 가능 하지만 일이 딱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함정. 두 줄을 한 번에 엮던 것을 한 줄씩으로 나눴으니 그 일이란 건 뭐... ㅎ;;
그래서 결론 : 두루마리 휴지 케이스는 당분간 만들지 않겠다는 것. 아무튼 만들기에 성공은 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고 사릿대 수를 줄여 섬세하게 만들 만큼 대단히 중요한 물건도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이번 시도는 반만 성공이라 할 수 있을 듯해 웃프다 --;;
그리고 세월이 지나 심기일전, 볼 만하게 완성된 롤휴지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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