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공예 - 새로운 무늬 짜기 그리고 세탁 후 풀 먹이기

제목을 보시는 분이 만일 계시다면 가장 의아한 것이 "세탁"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사실 지끈으로 든든히 잘 만든 바구니 등의 소품은 때가 타면 비누칠을 해 세탁한 다음 다시 풀을 먹여 사용할 수 있다. 세탁하는 동안 종이가 찢어지거나 바구니 모양이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겠지만 짜임새나 마무리에 따라 얼마든지 솔질까지 하면서 세탁을 할 수 있다.

[세탁한 다음 풀 먹여 말린 오래 된 지끈바구니]

위 그림의 바구니들이 공히 10년 넘은 것들이고 그중에는 곰팡이에게 완전히 점령당해 버려야 할 지경으로까지 간 것들이 있었는데 (그림의 오른쪽 위, 직사각형 바구니에는 아직 곰팡이 자국이 남아있다) 비눗물에 솔질을 해 씻을 수 있는 만큼 씻어내고 다시 풀을 먹여 말린 것이다. 사실 너무 더러워 내다 버릴까 생각하고 한쪽에 치워 뒀던 것들인데 풀을 먹고 이 전보다 더 단단해지기까지 해 새 바구니를 얻은 것과는 또 다른 기분 좋음이 있다. 이걸 보고 울온냐도 씻어 쓸 것 많다고 목공풀 한 봉지를 가져갔다 ㅎ~

[깃털무늬로 짠 미니캣타워]

그리고 사실 얼마 전에 망가져서 버리게 된 미니 캣타워의 짜임새가 내내 마음에 들어 저걸 어떻게 짜지? 패턴의 이름이라도 알면 검색이라도 하지, 혼자 삽질로 바구니를 짜는 나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원리를 모르겠고... 오래 그냥 보고만 있다가 드디어 얼마 전부터는 유튜브에 들어가 이것저것 검색 하면서 대부분의 지끈 공예가 = 라탄 공예가들이 그 기법 그대로 지끈 공예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짜는 방법과 라탄의 방법이 다른 부분이 많아 이것이 깃털 무늬라는 것은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법으로 응용하기는 살짝 어려운 부분이 있어 에라이 씨, 걍 라탄 방식대로 따라 해 보면 내 나름의 방법이 생기겠지!

[버릴 셈치고 패턴 넣기를 연습한 바구니]

캬캬! 보이시는가~? 결국 라탄 방식이 어떤 것인지 터득은 못했지만 내 방식을 바꾸지 않고 어찌어찌 원하던 무늬 짜는 방법을 습득했다^^

[지끈 바구니 - 깃털무늬]

알고 보니 우습도록 간단한 방법이었는데 라탄 기법은 어찌 그리 어렵게 설명이 돼 있는지 ㅜ.ㅜ(나만 그리 느끼는거? ㅋㅋ)

[지끈 바구니에 풀 먹이는 과정]

이것저것 무늬를 해보느라 엉망진창인 모양으로 완성됐지만 짰다 풀었다 엄청 애를 먹은 물건이므로 제대로 풀을 먹여 사용하기로 한다. 평소 내가 짜던 것보다 좀 더 느슨하게 완성됐기 때문에 풀을 단단히 먹이기로 하고 물 7/ 풀 1 정도로 풀의 비율을 약간 높였다 - 만약 따라 해 보실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면 뜨겁도록 따뜻한 물에 풀을 풀어서 거품기로 덩어리가 없도록 제대로 저어준 후 도배 붓처럼 큰 붓으로 바구니가 완전히 젖을 때까지 처덕처덕 칠해준다.

나는 이 바구니 하나에 물 500cc 풀 80g 섞은 것을 모두 발랐다. - 공방에서 수업하는 분들은 대량으로 쓰기 때문에 아예 큰 통에 풀어놓고 작품 전체를 담갔다 꺼내기도 하는 모양인 걸로 알고 있다.

[풀물을 먹고 완전히 젖은 바구니]

이렇게 바구니가 젖었을 때 모양이 살짝 비틀어지거나 삐뚤빼뚤한 부분이 있다면 손으로 요리조리 만져서 모양을 잡아주면 된다. 나는 햇빛 드는 남향 창이 없어서 풀물이 속속들이 배도록 몇 시간 정도 그대로 뒀다가 제습기 위에 올려 한나절 동안 말렸다.

[화장실 앞에서 집사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철이]

한참 동안 풀물 먹이고 모양 잡고 어쩌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내내 집사가 있는 화장실 앞을 지키고 있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끼악끼악~ 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경철 고양이,

[등 돌리고 앉은 철수 고양이]

"철수는 어딨노?" 하며 들어오니 이 녀석 또한 언제부터 이렇게 침대 위에서 등을 돌리고 있었는지 귀는 내가 왔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을 하고서도 절대로 뒤돌아보지는 않는다. 그래, 삐칠 만하다. 하나 있는 집사란 것이 밥만 겨우 챙겨주고는 엎어져서 지끈만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끈 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는 또 이런저런 무늬를 시험하느라 다시 지끈에 엎어져 있다. 무늬 들어간 게 더 좋다고 하는 아짐들 때문에 아이고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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