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해 보이는 지끈 바구니 마무리 법과 풀 먹이기

사진을 찍은 순서대로 올리다 보니 어쩌다 파괴적인 장면이 맨 앞에 서게 됐네그랴...나는 매년 큰언니 생일 선물로 지끈 바구니를 짜주는데 이번에는 디자인이 들어간 정사각형에 뚜껑 있는 바구니를 갖고 싶다 해서 이 전에 질끈질끈 묶기로 이중벽 바구니 연습도 해봤겠다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망가뜨린 바구니 뚜껑]

뚜껑 부분에서 이중벽 심지를 잘못 박아 디자인이 너무나 지저분해져 수리를 하다 문득 '에라이 C!' 하게 돼 미련을 떨치려고 회생불능으로 꾹꾹 밟아버렸다.

함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제 모양으로 슬슬 원상복구가 되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꼴 보기 싫어 일부러 쓰레기를 잔뜩 담아 밖으로.

[새로 배운 '세겹 감아 마무르기']

사실 뚜껑을 만들기 전부터 유튜브에서 라탄 바구니의 마무리 기법을 공부해 처음으로 시도한 세 겹 감아 마무르기가 심플해서 내 마음에 단단히 들어 뚜껑으로 저걸 가리고 싶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처음부터 뚜껑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탓인지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마무리를 가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ㅎ~

[가까이서 본 세 겹 감아 마무르기]

사실 라탄 공예에는 굵고 가늘은 대, 평평한 대 등 다양한 굵기와 넓이가 있어 마무르기도 다양한 기법으로 할 수 있지만 내가 짜는 지끈 바구니는 튼튼함을 위해 나름의 공식이 있어 같은 기법을 응용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따라 하기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살짝 꼼수를 써서 응용에 성공했다. (3 - 2 -1,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세 번 하는 분도 있었으니 4, 3, 2, 1로 하면 4번의 마무리도 할 수 있겠다 - 하지만 마무리 횟수가 많아질수록 바구니 내부 입구는 좁아진다)

[큰언니 생일 선물 뚜껑 없이 건네 줌]

사실 지끈 공예를 하는 다른 분들의 작품을 찾아보니 라탄의 기법을 그대로 가져와 똑같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던데 라탄처럼 널찍널찍하게 움직이면 지끈 바구니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칫 허물어져 내릴 수가 있어 어떤 가공법이 있는지 아니면 만든 상태 그대로 사진만 찍고 실생활에는 오래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지가 무척 궁금했었다. (내 방식으로 짜면 적어도 10년은 넘긴다는 게 확인이 됐으므로)

[지끈 바구니에 풀 먹이기]

두드리라, 열리리니!  좋은 세상이다, 궁금하면 무조건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려 보면 된다. - 그렇게 검색에서 읽게 된 한 종이접기 카페의 글에서 '한지로 종이접기를 하면 너무 흐물흐물 힘이 없기 때문에 미리 풀을 먹인다, 는 내용을 읽게 됐다. 불이 번쩍 들어오는 느낌적인 느낌!

 

즉, 목공풀과 물을 섞어 그것을 한지에 발라 말린 다음 빳빳하게 만들어 종이접기를 한다는 것인데 비율은 목공풀 1이면 물은 4~20까지 다양했다. - 즉시 실행에 옮겨 본다. 

[풀 먹인 왼쪽 바구니, 먹이지 않은 오른쪽 바구니의 색감과 크기가 약간 다르다]

12년 전에 지끈의 다양한 색감을 경험해보기 위해 오만 색을 다 써서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짜기만 하고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해왔던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바구니들이 있어 모델로 두 녀석을 뽑아 하나에는 1:10 풀을 먹여 말리고 다른 하나는 있던 그대로 먼지만 털어 비교를 해봤다. 역시나 풀 먹인 쪽이 색감도 짙어지고 훨씬 더 단단해졌을 뿐만 아니라 크기도 약간 더 커졌다. (다른 분들 모니터에도 이 차이가 보일지...?)

[풀 먹인 바구니가 살짝 커지는 이유]

여기서 색감이 살짝 어두워지고 지물 자체가 단단해지는 것은 이해가 금방 됐는데 왜 좀 더 커졌을까, 그것이 또 궁금해서 궁리를 하니 자체 경험에서 답은 금세 나왔다. 사실 지끈은 물이 닿으면 위 사진처럼 부풀어 오르고 끝부분이 풀리게 된다. 그리고 물기가 말라도 저렇게 물 먹은 부분은 원래의 모양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 위의 바구니도 같은 원리로 물을 마시고 부풀어 올랐지만 서로 엮여 있어 정도를 넘지 않고 나름 최대한 스스로 사이즈를 키운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다는 뿌듯함! 이런 풀 먹이기 기법을 이용하면 끈과 끈 사이가 수분으로 인해 부풀어 올라 조밀해지고 풀이 경화, 마감재의 역할을 해 딱딱해지면서 모양을 잡게 돼 조금 느슨하게 짜도 그냥 두는 것보다는 훨씬 내구성이 높아지리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끈을 가지고 라탄 때처럼 느슨하게 짜지는 않게 될 것 같다. 아무리 풀을 먹여도 지끈은 지끈이니까" 생각하며

[고양이들이 방석처럼 깔고 앉은 느슨해게 짠 지끈 바구니]

내친김에 예전에 너무나 느슨하게 사슬뜨기처럼 엮어서 방석처럼 무너져 내리던 위 그림의 바구니를 꺼내다 풀물을 잔뜩 먹여 제습기에 반나절 말리니 마감재를 칠했을 때보다 더 빳빳하게 모양이 잡혀버렸다. 얼마나 빳빳한지 다소 거질게 엮어진 바닥에 아이들이 맨몸으로 들어가면 털이 다 뽑힐라 걱정이 될 정도라는~(사진으로야 확인이 안 되지만 아무튼 아래 그림)

[풀 먹여 빳빳해진 손가락 사슬뜨기로 만든 지끈 바구니]

이래서 다들 지끈으로도 라탄처럼 느슨하게 짜는 것인지? 고양이용 바구니에 이런 풀 먹이기 기법을 써도 건강에 영향이 없을 것인지 염려는 되지만 무독성이라는 말을 믿어보기로...? - 아, 공방을 운영 하시는 분들은 감물로 발색과 조직이 단단해지는 효과를 내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람용 지끈 매트]

그리고 실패한 뚜껑 대신 인간용 스크래처를 만들었다. (남은 지끈으로 했기 때문에 사람용 매트로서는 사이즈가 많이 작다) 울 큰온냐는 나와는 달리 여성여성, 디자인이 아기자기 많이 들어간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은 지끈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무늬를 넣어 만들어 봤다. 역시나 마음에 들어했다. ㅋㅋ 귀여운 할망구!

[무늬가 많이 들어간 사람용 스크래처]

이것도 풀을 먹였으면 좋았겠지만 해가 들지 않는 집이라 큰 물건은 마르는 동안 자칫 곰팡이가 슬 위험이 있어 포기. 여름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도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지끈질은 물 건너 간 일이니 이번에 새로이 터득한 것들을 보람으로 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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