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단 매듭으로 너덜너덜하게 마감한 지끈 바구니

울 큰온냐가 그저께인가, 소고깃국이 너무 맵게 끓여져 나 밖에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짊어지고 올라와 잠시 앉은 참에

[지끈 작업시에 나오는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용도로 쓰고 있는 더럽고 실패한 지끈 바구니]

위 바구니를 보고 '저걸 뺏아가고 싶다' 하는 것이었다. 이 바구니로 말하자면 바구니를 처음 짜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10년이 넘었다) 매듭으로 마감하는 걸 연습하려다 못해서 몇 단 올려 연습하고 또 못해 또 올리고 하다가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원래 하던 대로 마무리를 해 한쪽 구석에 처박아둬 온통 먼지와 때, 페인트 등이 덕지덕지 묻은 아주 더러운 것인데 '더럽다' 하니 '괘안타' 한다. ㅋㅎㅎ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오죽 더러우면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을까. 그런데 언니 눈에는 저게 그렇게 예뻐 보인단다. 취미도 차암~ "새로 짜 주께 지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큰온냐가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 아니, 해줘야만 한다. 요즘은 자꾸 나이가 의식되면서 우리가 이제 보면 얼마나 더 볼까 (한 살, 두 살 차이지만 온냐들이나 나나 60줄 저 안 쪽으로 들어있으니) 하는 생각에 무엇이든 가능한 한 좋다는 것은 다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 고작 지끈질, 비누 만들기 밖에 못해주지만...

[원형 바구니 바닥 짜기]

이 매듭 바구니는 기본이 원형이므로 이것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종이끈 으로 바구니 짜기 - 원형)을 보시면 나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으니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기둥을 세 개를 한 세트로 삼아 날줄로 감아 바구니를 만드는데 바닥을 만들 때는 홀수로 시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4개의 씨줄을 한 세트로 엮어나가다가

[4줄이던 한 세트를 3줄 한 세트로 바꾸는 과정]

적당한 시점이 되면 4개이던 줄을 세 3개로 모아 한 기둥으로 만들어 엮어나간다. 굳이 기둥을 세 개 한 세트로 가르는 이유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씨줄 3, 날줄 1의 비율이 가장 힘의 균형이 맞고 적당한 두께로 짜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당연히 2:1 또는 4:1로 엮어도 된다.

[지끈 바구니 - 매듭으로 짜기]

원하는 바닥 넓이가 만들어지면 뒤집어서 한두 칸 정도 벽을 짜 올린 후 매듭을 시작한다. 이 매듭은 머리 땋는 것처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쉽다. 다만 머리카락처럼 처음 시작해서 끝까지 그것만 잡고 땋는 것이 아니라 세 번째 줄을 꼬은 다음에 놓고 바로 그 옆에 있는 새로운 줄을 대신 투입해야 한다는 것인데 머리카락 '더치 땋기'를 할 줄 아는 분이라면 금방 이해하실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이것이 엄청나게 어려울 수도 있다.) 끝나는 기둥이 바구니 안 쪽으로 향하게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매듭을 한 바퀴 두른 지끈 바구니]

이렇게 한 바퀴 매듭이 끝나면 매듭은 누워 있고 기둥들을 모두 안쪽을 향해 누워 있다. 이제 매듭과 기둥들을 세워야 한다. 힘이 좋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세워서 짤 수도 있지만 (십 년 전에 내가 그랬다) 일단은 힘이 허락하는 대로 누워서 짜지는 그대로 계속 다 짠 다음,

[누워 있는 기둥과 매듭 세우기]

이제는 기둥을 당겨서 세우면 매듭을 연결 돼 있기 때문에 저절로 세워진다. (사진의 왼쪽 부분은 세운 모습이고 오른쪽은 아직 누워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주 제대로 힘을 쓰지 않으면 매듭이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비스듬하게 서있게 되기 때문에 아주 단단히, 한 손의 엄지로는 매듭을 아래로 밀어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둥을 당겨 올리고 서로 역방향으로 힘을 주면 깔끔하게 일어선다.

[지끈 기둥 세우기에 사용한 고무장갑]

이 작업은 까딱하면 손에 물집이 잡힐 수도 있으므로 아예 마찰력 강한 고무장갑을 기둥 당기는 쪽 손에 끼고 하는 것이 힘도 덜 들고 손도 덜 상한다.

[지끈 원형 바구니 - 매듭 응용]

위 그림은 두 번째 매듭을 올리고나니 들여다보이는 바구니 속이 나름 매력 있어 한 컷. 목표는 세 번의 매듭을 지은 후 마무리하는 것이다.

[땋기를 응용한 원형 지끈 바구니 완성 단계]

이제 목표한 만큼 올렸고 (매듭이 균일하게 나오게 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아직 숙제다. 바구니 골이 촘촘할수록 매듭 모양은 엉망이 된다) 마무리만 하면 된다. 맨 위의 매듭 안 쪽에는 이미 한 차례 풀칠이 돼 있다. 그러니까 바구니 바깥 벽에 정당량 풀칠을 미리한 다음에 누워 있던 매듭을 이 전에 설명한 것처럼 세우는 것이다. 마무리 단계이므로 풀칠을 단단히 해줘야 만일의 경우 풀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둥 안 쪽에도 풀칠을 한다]

누워 있던 기둥들을 모두 세우고 나면 얼추 마감이 완료 되지만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안쪽에도 한 번 풀칠을 한다. 이 경우에는 언니가 마감을 '너덜너덜'하게  (너풀너풀이라면 고양이 형제 숨숨집처럼 하면 되고 너덜너덜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건 다른 모양새다)  해달라고 요청 했기 때문에 저 남은 기둥들을 저 모습에서 아주 짧게 잘라야만 요청대로 완성되므로 더더욱 단단한 풀칠이 중요하다.

[거의 완성 된 삼단 매듭 지끈 바구니]

이것이 거의 완성 된 모습이다. 안쪽에 칠 한 풀이 마르고 나면 남은 기둥들을 프릴처럼 펼 수 없을 정도로 짧게 자르고 손가락에 적당히 물을 묻혀 잘린 기둥 위를 문질문질 해주면

[너덜너덜하게 마감한 지끈 바구니]

이렇게 지끈이 물을 먹고 스스로 알아서 너덜너덜한 모양으로 펴진다. 말하고 나니 우리 자매의 너풀너풀과 너덜너덜의 구별법이 좀 우스운데 실은 너덜너덜의 모델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이제 저 물이 다 마르고 나면 마감재를 칠해서 건네주기만 하면 일 차 숙제 완성이다. 사람이 쓸 것이니 마감재를 발라야 하는데 지금까지 늘 한지공예 마감재나 옻칠을 사용해 왔지만 둘 다 냄새가 너무 지독해 이번에는 본덱스의 수성 바니시를(어느 정도 방수도 되는 마감재이다) 써 보기로 하고 물건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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