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지 않는 야속한 길고양이

약 두 달 전부터 이 아이 보는 재미로 사는데 요즘은 며칠씩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밤 늦게 다시 나가보면 밥을 먹은 흔적이 있긴 하지만 못 만나고 들어오는 날은 다친 다리를 한 아이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인간 마음을 영 몰라 준다.

오늘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바로 내려다 보이는 자동차 밑에서 네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이 쪽을 올려다 보며 앉아 있다가 종이박스 등을 내놓는 동안 마중 나와 기다리다 밥을 들고 그 쪽으로 움직이자 쪼르르 급히 다시 차밑으로 도망 간다. 못된 것, 마중 나왔으면 좀 가까이 오지 한결 같이 야속하게 군다.

마음을 열지 않는 부상 당한 길고양이 2

발 상태도 궁금하고 박쥐같이 작고 주먹주먹 못난 얼굴도 좀 보고파서 후닥! 도촬을 하니 또 뒤로 물러나 조따구 표정을 하고 늙은 밥순이를 야린다. 아,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할 것 아녀?! 나쁜 냔!

마음을 열지 않는 부상 당한 길고양이 4

지붕 위 묘생들은, 찍소리도 내지 않고 다니면서 사료 섞지 않은 봉지만 싹싹 비우고 사료 섞어 준 봉지는 뜯어 온 지붕에 흩뿌려 놓는다. 사람마저 물 내려 주는 비닐터널을 떨어뜨려 지붕 위 어지러움에 한 몫 보탠다. 저거 하나 쓸고 치우고 할 일이 꿈만 같은 게으름... 2012.10.07
 
이 아이에 대한 첫기록을 찾아보니 8월 20일이다.

마음을 열지 않는 부상 당한 길고양이 3

두 달인데, 그리고 오늘 사진은 일주일 만에 찍은 건데 번쩍이는 불이 싫은 건 이해가 가지만 두 달 내내, 시종일관 이 표정이다. -귀뚜라미 찬조 출연 - 사람 때문에 니 다리가 그리 된 거라면 이해가 간다만은 너한테 두 달이란, 짧은 기간은 아니지 않니?

마음을 열지 않는 부상 당한 길고양이 5

내가 그런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게 여긴다해도 이 만큼 빌었으면 좀 풀어질 때도 되지 않았니? 예쁘기라도 하면 꼴값이라도 한달텐데 예쁘지도 않은 지지배가 말이얏!!! 2012.10.14

 

나는 도대체 이 아이 이름을 언제 지어주는 것일까? 궁금해 계속 열어보니 커피니 무엇이니 멀쩡하게 따들며 지내고 있었는데... 요즘 보니 다른 길고양이들은 사람 손에 잘도 잡혀 들어와 살던데 어째서 나는 이 아이를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볼 때마다 후회와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좀 고생을 하더라도 잡아 왔더라면 아직 잘 살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침부터 이 아이 생각에 때를 맞춘 듯 이웃 고양이 아픈 소식에 비도 밤 새 줄줄... 기분이 그러하다...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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