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의 행동을 따라잡다 보면 더러는 사람의 논리로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 그림이 바로 그럴 때인데, 얼핏 보면 몹시 평온한 상태에서 철수 고양이가 무엇엔가 대단히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어제 보여드린, 결국은 목에 칼을 차게 만든 큰 싸움의 한 중간이었다. 침대 위로 피한 경철고양이를 쫓아올라갔다가 그 녀석이 호다닥 달아났고 인간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의식의 흐름이라면 당연히 경철의 꽁무니를 따라 같이 호다닥 뛰어 내려갔어야 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멈춰 버린 것이다.
엎치락 뒷치락 난리를 피우다가 경철이 달아난 그 자리에서 문득 어떤 냄새를 의식한 것이다. 눈이 똥그래져서 한참이나 골똘히 냄새를 맡다가
속도 좋지, 바보 같은 표정으로 플레멘까지 시전하신다. 이 과정이 적어도 10초 이상은 걸렸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싸움은 끝이 났을텐데 어찌하여 칼을 채우는 상황까지 갔느냐고요?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의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고 그래서 어제 이야기에서 이 장면을 뺀 이유가 됐다. 왜냐하면 이 장면을 넣으면 냥전투의 흐름이 싹둑 끊기리라 생각 됐기 때문에.
그런데 이 녀석은 어이없게도 이 짓을 하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침대 아래로 달아난 제 동생을 다시 쫓기 시작해 카메라 들이대기 작전도 먹히지 않자 목에 칼을 채우는 사태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이모가 다녀간 날이다. 이모가 왔던 그 순간에만 이리저리 뛰면서 반가워 했다가 내내 집사 무릎에 껌딱지로 앉았다가 이모가 가고 나니 갑자기 생전 가지 않던, 이모가 앉았던 의자에 올라가 한참을 처연한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모습이 발견 됐다. 꽤 오래 시간이 흐르도록 꼼짝도 않고 같은 자세로 앉았다가
몸을 낮춰 골똘히 냄새를 맡더니
바로 그 자리에 그대로 또아리를 틀고 엎드려 버린다. 그런데 저 눈빛은 또 뭐냐...
"이모는 왜 나와 놀아주지 않고 가 버렸을까?" 하는 것인지... 고양이가 꼬리를 얼굴에까지 닿도록 감아 부치고 또아리를 틀면 기분이 별로이거나 몸 상태가 별로이거나 한 신호이기 때문에 집사를 안절부절하게 만드는데...
고양이가 저 위에 그림같은 행동을 할 때는 잠시 혼자 두고 아이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동안 만들었던 것들을 정리, 비교 사진을 찍으면서 눈치를 보고 있자니
까꽁! 두 번째 컷이다. 어느 새 나타나 발라당, 뒤척뒤척 애교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심장을 쥐었다 놨다, 그야말로 제 의식의 흐름 그대로 행동하는 이 넘의 명랑 고양이! 의자 위에 또아리를 틀고 옆눈으로 집사를 관찰하자니 문득 저 인간이 관심을 다른 데 두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앞뒤 계산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이는 컨셉,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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