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예쁜이와 집고양이철수

언제나처럼 창 밖을 내다보던 철수가 어느 순간 "아르르"보다는 좀 더 색다른 소리를 내길래 "뭐야?" 하며 돌아 봤더니 창 밖에 까치발로 선 지붕 위 예쁜이와 열혈 뽀뽀를 하고 있었다,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기절할 만큼 놀란 나는 밖에 아이가 어찌 생각할까 그런 것 헤아릴 여유도 없이 "철수야, 안 돼!!!!!!!!!" 바가지 깨지는 듯한 고함소리로 버팅기는 철수를 당겨내고 창문을 꽝!닫아 버렸다.

중성화의 화근이 됐던 경철군, 1

뽀뽀 하기 전 날 조 냔이 철수를 향해 "나 잡아 봐라"는 듯 숨바꼭질을 해 댈 때

길고양이 예쁜이와 집고양이 철수의 로맨스

"뭐지?"하는 기분이 들기는 했었지만.

길고양이 예쁜이와 집고양이 철수의 로맨스 3

정작 뽀뽀하는 장면은 일 초가 급한 상황이어서 사진 같은 건 엄두를 못 냈다.

 

왜 급했던가 하면 코에 묻은 타액 등으로 동종끼리 전염시킬 수 있는 건강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사실 바깥 아이들이 창문 가까이로 뛰어오르는 것도 조마조마한데 뽀뽀라니 --;;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 하는 사이에 지들끼리 인사 주고받고 눈이 맞아 버렸던 것인지... 철수 입을 - 정확히는 코 - 물티슈 몇 장으로 마구마구 닦아주면서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묘하게 싸아한 배반감. 이 후로 일거수일투족이 예사로 보이지 않으면서 느껴지는 알지 못할 거리감에

길고양이 예쁜이와 집고양이 철수의 로맨스 4

다음 날 아침 일어나는대로, 이 정도면 예쁜이가 까치발을 해도 뽀뽀는 못할 듯한 높이로 창턱을 6, 7 센티미터 가량 높였더니 예쁜이와 뽀뽀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박박~ 바닥을 긁어대는 모습까지,

외로워 보이는 고양이

아이가 외로워 보이는 만큼 커지는 상실 또는 이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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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봉지를 약탈해 내용물은 다 쏟아내고 빈 껍닥만 공략하는 순진한 모습도,

길고양이 예쁜이와 집고양이 철수의 로맨스 6

똥간에 든 지 동생 공격하며 설쳐대는 활발한 모습도, (숨은 경철 얼굴 찾기! 당시에는 경철 얼굴이 찍힌 줄 몰랐는데 오늘 보니 찍혀 있네, 오매~ 신기한 것)

길고양이 예쁜이와 집고양이 철수의 로맨스 7

발라당해 허공에 꾹꾹이질 작렬하는 귀여운 모습도 모다 진심 같지가 않음. 이 눔 시키, 마음은 콩밭에 가 있음서... 자꾸만 이러게 되는 것.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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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꾹꾹이 중 문득 카메라에 달린 손잡이를 발견한 괭이 삼신, 꺄오~ 사냥감이닷!!!

길고양이 예쁜이와 집고양이 철수의 로맨스 10

그러는 동안 오히려 먼저 발정해 이른 중성화의 화근이 됐던 경철군, 세상 없이 순진한 모습으로 장난감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끈기를 시전하고 계심.

 

결론 : 내게 사람 아들이 없다는 걸 감사히 여기게 된 소중한 경험! 어떤 시어미가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함!!! 더불어 아들 가진 엄니들의 아픔이 이런 것이었구나, 백 번 그 외로움과 배반감이 짚어짐 --;;  (2012.09.29)

 

당시 내 마음을 가장 잘 짚어줬던 댓글 (이 분은 아기 낳으시고는 소식 남기실 여유가 없는지... 삼돌이도 사람 식구들도 모두 건강히 잘 계시기를 그리운 마음으로 빈다)

 

 **하늘 (**) 2012.10.02 09:43
 저라도 놀랐겠어요. 코 부비부비라니! 부비부비라니!!!! 바깥냥들 만나고오면 집에 오자마자 손부터 빡빡 씻는건 다 널 위해서건만~ 순진 발랄한 모습과 사냥감 보고 눈알 튀어 나오는 철쑤쒸~ 이뻐죽갔네요! 그나저나 고양이두마리님의 애정어린 마음이 시어머니가 되셨다면? 후덜덜 하시긴 했을듯 ㅋㅋㅋ 근데 아들 놔주지 못하는 시어머니가 그만큼 잘 해주시더라구요.


전 결혼 후 독립하고 싶어하는 자식 붙잡고 있는   부모님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받을거 다 받으며 부모에게서 간섭받기 싫다는 자식들이 더 이상... 철수야, 넌 고양이두마리님께 몽땅 몽땅 받고 있으니 효자 아들 노릇도 충실해야하는기비다~~~ 평생 순진한 철수로 남아주길 바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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