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그릇으로 태어났지만 그 그릇에 똥담아 먹는 고양이 형제

금그릇에 똥담아 먹는 고양이 형제? - 금그릇 이야기는 어제 했고(2020/10/18 - [사람] - 고양이 집사의 흔한 불금 밥상과 특별한 고양이 밥그릇) 오늘은 똥 담아 먹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ㅜ.ㅜ

밥을 먹는 고양이 형제[눈 감고 이마는 찡그리고 진리의 미간]

즈들 이모는 고양이들이 그릇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집사가 쓰라고 허해 주셨지만 집사에게까지 안 돌아오게 생겼다. 이 그릇을 몹시 마땅해 하시고 더구나 그 마땅한 그릇에 똥을 담아주니 더더욱 마땅해 하신다.

눈까지 질끈 감고 맛있게 드시는 고양이 형제[금그릇에 똥 담아 드리는 것을 몹시 마땅해 하시는 고양이 형제]

아까부터 왜 자꾸 똥똥 하는겨? - 사실 이 고양이 형제의 식이 알러지가 의심 된다는 판정을 받은지 꽤 됐고 둘 중 철수가 훨씬 더 심한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원인으로 의심 되는, 평생 먹어온 성분이 진짜로 똥 같은 파우치를 어쩔 수 없이 계속 먹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진짜로 통곡 하고 싶다)

맛있어서 입맛을 다시는 하얀 고양이

고양이는 물을 잘 안 마시는 동물이기 때문에 습식을 먹이는 것이 건강에 압도적으로 유리한데 이 고양이 형제는 다른 습식은 무조건 거부 하시고 이 습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신다. 알러지가 있으면 안 먹이면 되지 않겠냐고 속 모르는 분들은 말씀 하시겠지만 어떻게 설득해 물을 마시게 할 수 있는 동물도 아니고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그 날로 당장 소변양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눈에 띄기 때문에 습식을 안 줄 수도 없다. 고양이는 그렇잖아도 신장과 방광 계열이 유난히 약한 동물들이니 더더욱 신경이 쓰이는 일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이것이라도 먹이고 있는 것이다.

습식을 먹는 고양이 형제

이 파우치가 즈들 입에 얼마나 맞는가 하면

고양이가 먹은 밥그릇

밥 먹을 때도 아닌데, 그릇을 좋아하나 안 하나 시험 해보려고(그릇은 백 점 만점에 이백 점) 준 밥을 이렇게 거의 다 먹었다. 특히 철수 고양이는 더 깨끗이 비웠다. 뭐라도 잘 먹으면 좋긴 하지만,

발가락을 쫙 펴고 그루밍 하는 고양이

그걸 먹고 나서 이렇게 샅샅이 그루밍을 시작 하시면 집사는 돌아버릴 지경이 된다. 이 아이들을 봐오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다시피 철수가 탈모와 가려움 증상에 시달리고 있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루밍을 하기 때문이다. 심인성은 아닌 듯한 것이 천연 안정제를, 유명한 질켄 포함 현재의 테아닌까지 해를 넘기도록 꾸준히 먹여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루밍 하다 집사 눈치를 보는 고양이

그렇게 미친듯이 그루밍을 하다가 문득 제 정신이 들었는지 한 쪽만 마징가 귀를 하고 (이 와중에도 고양이 외모는 어떤 자세를 해도 압도적인 균형미를 발산, 새삼 홀딱 반해 버리게 만든다)슬쩍 집사 눈치를 본다. 내가 이럴 때는 "철수야, 쫌!"을 자동발사 할 때가 더러 있기 때문에 이 과한 그루밍을 집사가 싫어한다는 걸 인지한지는 오래 됐다.

그루밍 하다 생각에 잠긴 고양이

하면 안 되나, 하지 말까, 깊이 고민하는 눈치지만... 어느 시점부터 집사는 다 포기하고 알러지를 동반자 삼아 함께 가기로 마음을 먹기도 했지만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런가, 내 새끼 한 점 불편함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오늘도 금그릇에 어쩔 수 없이 똥을 담아 먹인 집사의 속은 지옥과 천국을 몇 초의 속도로 변덕스럽게 헤매고 있다. 그거라도 먹어주고 이나마도 건강을 유지하니 다행이고 고맙지 포기하자, 했다가 다시 또 욕심 많은 어미의 마음이 되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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