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먹고 약도 먹고 두 녀석이 각각 저 있고 싶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왜일까, 집사에게 쎄에~한 무엇이 느껴져 얼른 카메라를 집어 들었는데
한 컷 누르자 마자 철수가 마치 집사의 "액션" 사인을 기다렸다는 듯이 행동에 들어간다. 철수의 의도는 명백해 보이는데 경철이는 형의 의도를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얼핏 평온해 보이는데 집사의 감으로는 두 녀석 사이에 이미 모종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철수가 동굴 입구로 들이닥치자 마자 경철이는 배를 보이며 드러누워 하악질을 시전하시고 (요즘 경철이는 철수가 사정권 안으로만 들어오면 하악질부터 날리는 버릇이 생겼다. 집사의 눈에는 좀 오버다~ 싶을 때가 꽤 있다)
그 하악질 별 것 아닌 걸 뻔히 알면서도 철수는 또 한 발 물러선다. 그 사이에 공격 당한 넘 벌떡 일어나 "왜, 도대체 왜?!" 하는 입모습이다.
왜는 무슨 왜, 모르긴 해도 어제 집사가 보니 무심히 지나가는 제 형 대그빡을 정말로 갑자기, 있는 힘껏, 사람 이마빡 맞는 소리가 날 정도로 내리쳐서 집사도 철수도 깜짝 놀라 한 동안 얼어붙게 만들더니 그 갚음을 지금 받는 것 아니겠어? (내 말은 이넘저넘 따질 것 없다는 뜻이다. 요즘은 계속 되는 장마로 날씨가 쌀쌀하니 저녁에는 잠깐이지만 서로 그루밍도 나눈다))
"함 디져볼래?" 하얀 솜방망이가 우타좌타 마구마구 날아다닌다 - 이 후로는 거의 비슷한 장면들이라 생략하고
경철이 등을 보이고 돌아서는 걸 보고 싸나이들의 힘 겨루기는 끝이 난 모양이다.
그렇지, 싸나이가 사냥을 했으면 털반지라도 끼고 와야재! 반지도 요즘은 링 뿐만이 아니라 털 장식, 사슬 장식 등 개성껏 주렁주렁 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걸 배운 적도 없는데 몸소 첨단 유행을 시전 하신다.
그 사이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동굴을 빠져나오는 하얀 고양이. 여차 하면 "확, 마!!!" 하고 덤빌 정도로 정말정말 화가 난 표정이다.
얍삽한 대장 고양이, 이럴 때는 적과 눈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두 고양이 나란히 뜬금 식사 장면 - 사실은 철수가 먼저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다는 의사표시로 아무 밥그릇이나 제 앞에 있는 걸 먹기 시작하니 씩씩거리며 저 뒤에 앉았던 경철고양이도 따라서
나머지 한 밥그릇에 앉아(서서 - 경철은 댕댕이처럼 서서 밥을 먹는다) 아까 먹다 남긴 밥을 마저 해치우신다.
철수의 양 손에는 여전히 털반지가~ 지금 빼주지 않으면 위험하다! 왜냐하면 밥 먹고 그루밍하면서 저걸 입으로 핥핥해서 디저트로 삼켜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일은 얼룩 고양이 입에서 하얀 헤어볼이 나오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수는 휴전의 표시로 밥을 먹는 척만 했기에 이내 물러났지만 이 분은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걸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한다.
그리고는 만족스런 스크래칭! 이거이거 좀 전에 하악질을 해대며 좌타우타 안 가리던 그 고양이 맞나, 맞재?
그리고 이 장면으로 마무으리~ 고양이들은 (정말 사이가 나쁘지 않은 평범한 사이라면) 금새 투닥거리다가도 금새 언제 싸웠느냐는듯 일상으로 돌아가 아래 위 나란히 이렇게 예쁜 장면을 보여주시는 것이 진짜 일상이다. 고양이들이 속이 없는 것인지, 인간들이 옹졸한 것인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까, 를 묻는다면 답이야 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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