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가 놀이에 더 이상 그리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집사는 나름 이런저런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하면 이 두 고양이들을 좀이라도 고양이답게 움직이게 할까 연구를 한다.
그 연구 중 하나가 이것이다. 낚시대 장난감 중 위 그림처럼 걸이 부분이 뾰족한 부분 없이 동그랗게만 돼 있어 입에 들어가도 안전해 보이는 것이 있어
이렇게 동결건조 간식을 꿰어 고양이 형제를 사냥에 내보낼 생각이 들어 나름 좋은 생각이라고, 틀림없이 두 녀석이 미쳐 날뛸것이라고 '유레카'까지 외치고 마침 가까이 있던 경철 고양이에게 디밀어 보니
"음..." 꽤 오래 공을 들여 냄새를 맡는다.
"엄니, 그래서 이거 우짜라고요? 줄 거면 걍 좀 주지여?"
"느들 사냥 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잡아서 먹으라고~"
알아들었다는 듯이 "아앙~" 입만 벌린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말이다. 그렇게 쉽게 잡혀 먹히면 그것이 사냥이 아니지 이 녀석아!
[꼼짝도 않고 입으로만 사냥을 하려는 도도한 하얀 고양이]
입을 합! 하고 다무는 순간에 사냥감이 재빠르게 피해 나가니 이 고양이,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빈 밥그릇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핥핥! 그러다 집사가 그 꼴을 찍으려 다가가니 "엄니, 지금 먹는 걸로 장난 하시오?!" 하는듯 정색을 하고 쳐다본다.
그랴, 네가 안 하면 형아한테 시켜야지.
역시 철수 고양이는 경철 고양이보다는 훨씬 더 활동적인 성향이라 반응도 조금 더 적극적이다.
경철 고양이는 손 하나 까딱 않고 입으로만 합합! 했지만 철수 고양이는 오른손을 휘둘러보고
왼손도 휘둘러보고~ 이 모습을 보니 집사에게 희망이 생긴다. 이렇게라도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좀 놀아 주려나?
하지만 다음 컷에 저 표정과 손 동작이 이미 사냥은 물 건너 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펄쩍펄쩍 뛰어오르기는 커녕
이럴 때는 어쩌면 이리도 합이 잘 맞는 형제인지, 두 녀석이 약속이라도 한듯 즈들 식탁으로 가 한 녀석은 물 마시고 한 녀석은 건사료 먹는 시늉을 한다.
그래도 집사가 굴하지 않고 계속 낚시대를 흔들며 유혹을 하자 철수 고양이가 이끌려 나오니 "엉아, 먹는 걸로 장난 치는 인간하고는 노는 거 아이다" 하듯 돌아보는 경철 고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가 사냥감에 살짝 눈을 돌리자 이를 곁눈으로 감지한 경철 고양이,
"엉아, 내가 아까 이래 먹는 걸로 장난치는 인간하고는 놀지 말라 캤재?!" 다시 한 번 다짐을 놓았을까, 두 녀석 모두 사냥에는 1도 관심없이 자리를 뜨고 말았다.
배가 덜 고픈 시간에 사냥감을 들이밀어 그랬을까 아니면 이제 나이가 들어 즈들이 고양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먹는 걸로는 장난 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 먹는 것 때문에 고군분투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고양이는 행복한 것일까 불행한 것일까... 불행하다, 에 한 표 던지는 집사는 스스로의 한 표 때문에 아이들 완전 잘못 키운 무능한 모(母)가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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