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는 정말이지 나날이 더 아기처럼 느껴지는 고양이 형제가 만 아홉 살이 됐고 10살 째의 해에 들어서게 된 것이 사실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세월은 정말 그렇게 흘렀다.
0시 4분. 생일의 첫 샷이다. 0시 30분 경에 장남인 철수가 태어났으니 이 시각에 기념 사진을 찍는 게 맞다. 이렇게 맑은 눈을 한 어린 것이 벌써 만 9년이 돼 까딱하면 노묘 소리를 듣게 생겼다. 하지만 노묘라는 말은 10살부터 들어도 늦지 않다고 의사 선생님들은 말씀 하신다. 그러니 아직은 장년의 고양이다. 사실 20살이 된들 내 눈에 이 아이들이 노묘로 보이겠는가만은...
이 녀석은 신새벽에 받은 생일밥을 먹고 그루밍 하는 것으로 첫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문득 집사를 발견하고 여전히 입술을 핥으면서도 집사를 향해 직진. 명실상부 집사중독냥이다.
숨은 경철 찾기? 너무 빤히 보여 찾을 것도 없지만 저런 예쁘고 매력적인 신스틸러 고양이 본 적 있으면 나와 보시오~ ^___________^
두 녀석을 한 자리에 모아 한 프레임에 넣으려는 노력으로 낚시대를 흔들어주니 어쩐 일로 그것이 곧바로 두 녀석을 자극해 (요즘은 장난감에 통 반응을 하지 않았다)
경철 고양이 "히잉~ 엄니, 나도 놀고자바여~" 이처럼 간절한 눈빛이 저 위의 환장하게 귀여운 샷에 잡힌 것이다.
마침내 성공한 투샷, 이것이 이 고양이 형제 열번째 생일의 공식기념 사진 되시겠다 - 철수 고양이, 여기서 잠시만 더 지체 했더라면 뒷통수로 경철의 솜방망이가 작렬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렇게 철수가 프레임 밖으로 빠지고 낚시대를 살살 침대 아래에서 흔들어 주니 금새 눈망울이 검은 포도알로 변한다.
잠시 후, 한 바탕들 뛰고나니 고양이 형제 사이에 슬슬 묘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놀이 때는 서로의 존재가 대단히 신경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각각 다른 공간에서 놀아주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경철 고양이가 스크래칭으로 그 묘묘한 긴장감을 풀어보려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진짜로 묘한 버릇이 있는데 스크래칭 하다가 반드시 그 자리의 냄새를 맡는 것이다. 아마도 제 페로몬이 잘 묻었나 점검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철수는 제 동생이 무슨 냄새를 맡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호기심으로 고개를 길게 뺀 진지한 옆모습이 꺄륵꺄륵 숨이 넘어가도록 귀엽다. 그리고 보이시는가,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뻗어 정말 "속눈썹이다!" 할 수 밖에 없는 저 아련아련 매력적인 속눈썹! ㅎㅎ (혹 착각하는 분 계실까봐 진실을 말하면 고양이에게는 속눈썹이 없다. 그냥 속눈썹 역할을 하는 일반적인 털이 있는데 그것이 더러 속눈썹처럼 보일 때가 있다)
철수는 그냥 궁금해 다가갔을 뿐인데 간이 벼룩보다 더 작은 이 소심 고양이 깜짝 놀라 달아나 휴우~ 입술을 핥는다. 이번 생일은 이렇게 아슬아슬 했지만 싸우지 않고 시작이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그리고 이제 집사는 생일 기념사진을 편집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철수는 알아서 집사 발치에 자리를 잡았고 이 집사 중독냥은 또 노트북을 끌어안고 앉았다.
이것이 고양이 속눈썹 - 위의 사진인데 편집하면서 보니 고양이 속눈썹의 실체가 또렷하게 보여 원본 사이즈 그대로 잘라봤다.
그런데 고양이란 참으로 묘한 존재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아기처럼 느껴지는 마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절절하게 사랑스럽다. 나만 그런가 --;; 아무튼 이렇게 또 한 살을 먹었으니 내 아기 고양이들, 다른 것 아무 것도 필요없다, 건강하게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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