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들은 이렇게 내게로 와서

이 꼭지는 내 고양이 형제 생일이 5월15일인데 만 아홉 살(글 쓰는 현재 시점으로 봤을 때 내일), 그러니까 10번째 생일을 맞는 오늘 매일 스스로와 약속한 시간에 당일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 그리고 이 장면들이 이 블로그에는 없기도 해서 전야제(前夜祭)가 아닌 전조제(前朝祭) 형식으로 올리는 것이다. 

덧) 집사도 늙어 그런가 거의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 - 첫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이 블로그로 옮겨져 있는데 까맣게 잊고 다시 쓰는 해프닝이 생긴 걸 방금 11시 9분에 알아차렸는데 기왕 쓴 것이니 그냥 두기로 한다. 어뷰징이 되려나... --;;


때는 2012년 5월 15일. 고양이 형제가 태어나던 날 포함 첫돌이자 두 번째 생일을 맞는 날이었다.

꼬깔 모자를 씌우자 깜짝 놀라 뛰어다니는 아기 고양이

돌이라고 아는 누부야들이 케익과 생일꼬깔을 사 와 씌워 줬더니

꼬깔모자를 벗겨달라고 뺑뻉이를 치는 철수 고양이[머리에 씌운 꼬깔모자를 입에 물고 벗겨달라고 뺑뻉이를 치는 철수 고양이]

예쁘게 근사하게 사진 잘 찍고 싶은 인간 마음은 1도 몰라주고 내게 왜 이런 걸 씌우냐고 지롤 발광,

생일 꼬깔 모자를 완장처럼 팔에 찬 하얀 고양이[생일 꼬깔 모자를 완장처럼 팔에 찬 하얀 아기 고양이]

경철이는 지롤발광을 하다가 머리에 얹어져 있던것이 얼떨결에 팔로 내려갔다가

아무리 저 꼴이 귀여워도 여기서 좀 더 나가면 고양이 학대다

급기야는 허리에까지 끌어내려 쌩난리난리! 낄낄대며 사진을 찍다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 아무리 저 꼴이 귀여워도 여기서 좀 더 나가면 고양이 학대다,라는 자각이 들었던 것이다.

생크림 맛을 보는 하얀 고양이

꼬깔모자 벗기고 얼르고 달래 두 녀석 겨우겨우 케익 앞으로 데려가니 

케익 냄새를 맡아보는 고양이

두 녀석 공히 생크림 냄새만 흠흠~ 하다가

터래기 북실북실한 장난감이라면 무조건 환장하는 철수 고양이

터래기 북실북실한 물건이라면 무조건 환장하는 철수 고양이 케익이고 나발이고 꼬깔모자를 물고 냅다 뛰어

생일꼬깔 모자를 물고 달아난 고양이

 제 아지트로 가 "가까이 오지 마, 인간!" 한다.

고양이 형제의 첫돌 파티

두 녀석 나란히 사진은 찍어야겠고 우짜노... 케익 상자 위에다 그 때 한참 즐겨 먹던 훈제참치를 얹어줘서 겨우 한 컷 건졌다. 꼬깔 예쁘게 쓰고~ 등의 인간이 생각하는 생일 파티는 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고문이라는 걸 알았기에 이 후로는 그 날이라고 못박힌 사진만 찍고 좋아하는 간식 하나쯤 까주는 걸로 간단하게 생일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생일선물은 맨날 먹는 것이지만 한 동안 오리만 먹었으니 동결건조 닭가슴살이다 (사실 소소한 장난감도 날짜 맞춰 주문 했는데 오늘 출발 했다 하니...)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고양이 형제 물건을 풀어놓는 즉시 자동으로 모여든다

이런 종류의 새 물건은 이제 의례히 즈들 것인 줄 아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고양이 형제는 물건을 풀어놓는 즉시 자동으로 모여든다. 생일 이브인 만큼 맘껏 뜯어보라고 내버려 둔다 (평소에는 팩에 구멍 내면 습기가 차기 때문에 샘플만 맡긴다)

형 고양이의 머리를 세게 내려치는 동생 고양이

아, 그런데 이 하얀 하룻괭이 좀 봐라? 즈 엉아가 뭘 어쨌다고 엎드려서 킁킁 대는 철수의 머리빡을 힘껏 내려친다, 정말로 빡!

이 하얀 하룻괭이 녀석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도발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앞뒤 살필 여유도 없이 깜짝 놀란 철수 고양이는 일단 피하고 보는데 이 꼴을 보고 있는 집사는 속이 뒤집어진다. 이 하얀 하룻괭이 녀석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도발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그래도 철수가 심술을 부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걸 아는 집사는 꾹꾹 눌러 참는다.

놀라서 자리를 피한 제 형을 제법 눈 땡그랗게 뜨고 노려보기까지 하는 하얀 고양이

어쭈구리~ 갈수록 태산이다. 놀라서 자리를 피한 제 형을 제법 눈 땡그랗게 뜨고 노려보기까지 하신다. 이제 나이 좀 먹었다 이거지~ 하긴 한 시간 정도 차이로 태어났는데 서열 잡으려는 집사가 웃기는 것이지...

상을 차리니 철수 고양이, 좀 전 일은 까맣게 잊고 제 몫을 향해 걸어온다

이럴 때는 재빨리 간식상을 차려주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상을 차리니 철수 고양이, 좀 전 일은 까맣게 잊고 제 몫을 향해 걸어온다. 너무 착하고 순해서(집사에게만) 애처로운 내 시키...

하룻고양이 시키는 먹으면서도 아직도 아까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다

요 하룻괭이 시키는 먹으면서도 아직도 아까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다. ㅍㅎㅎ!

엉아는 뭐 별 것 먹나 또 슬며시 넘겨다 보는 하얀 고양이

그러다 엉아는 뭐 별 것 먹나 또 슬며시 넘겨다 본다. 슬슬 먹을 것 앞에서 언제나 나오는 제 버릇이 나오는 것이다.

식탐을 부리거나 말거나 세상 둘도 없이 예쁜 우리집 하얀

철수 그릇에 덤비기 전에 얼른 다른 걸로 리필, 무사히 생일전야 파티가 끝났다. 제 엉아에게 엉기거나 말거나, 식탐을 부리거나 말거나 세상 둘도 없이 예쁜 우리집 하얀 괭이, 혀를 메롱메롱 하며 먹는 저 모습이 얼마나 환장 하도록 귀엽고 또 귀여운지~

동굴 속으로 들어간 장남 고양이

다 먹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 장남 고양이 "헤에~ 어지간히도 처먹어 댄다!"

멀쩡한 표정으로 집사를 내다보는 하얀 고양이

일 년 가까이 귓병 치료로 맛 있는 것과 약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탓인지 파티가 끝나자 침대 밑으로 들어가 좀 전의 게걸스런 모습은 안 본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왜, 뭐?" 표정으로 집사를 내다본다.


아무튼 저 위의 저 아기 고양이들은 그렇게 내게로 와서 운명이자 마지막 사랑이 되었다. 이렇게 이 귀한 생명들의 만 아홉살이자 열 번째 생일 이브가 저물고 있다. (두 녀석 나란히 앉아 신사답게 기념사진을 찍어줄 리 만무하지만 생일기념 포스팅은 당일에 찍은 사진으로 따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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