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형제의 식사 풍경이다. 원래 다묘 또는 다견 가정에서는 밥을 나란히 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학자들의 지침이 있다 (학자들이 밥을 나란히 주지 말라는 이유는 밥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되는 갈등을 겪게 되기 때문인데~)
우리집은 각 공간마다 문을 떼거나 열어놓은 구조라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서로 마주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밥을 주곤한다. 학자들의 염려대로 여기에도 노략자가 있어 겪지 않아도 되는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얼른 생각하면 노략자가 힘 좀 쓰는 철수일 것 같지만 천만에! 지금 노략질에 나서도 되는지 아닌지 집사의 간을 보고 있는 넘은 경철 고양이다. 집사가 사진만 찍고 있으니
제 것이 아직 반 이상 남았는데도 행동에 나서는 경철 고양이,
슬그머니 제 형 쪽으로 간다.
다행히 철수 고양이가 경철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했을 때는 집사가 재빨리 블로킹을 해 다시 제 자리로 돌려보내지만
어떤 경우는 경철의 접근을 미리 눈치 채고 철수가 먼저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 나는 이 부분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힘도 더 센 녀석이 왜 자꾸 밥은 비켜주기만 할까?
오늘도 미리 자리를 비켜준 철수의 밥을 경철이 차지한다. 그러면서도 집사 눈치는 본다. 시근은 멀쩡해서 그런 행동을 집사가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이다.
엉아 것 뺏아 먹다가 다시 제 그릇에 머리를 박은 경철 고양이와(경철은 이렇게 서너바퀴 밥그릇을 돌아다니며 먹는다) 입맛을 다시며 뭔지 기분이 더러워 보이는 철수 고양이
그렇게 식사가 끝 난 후, 노략질 한 자는 약 먹는 건 싫어서 의자 밑에 숨어 다시 집사 눈치를 본다.
그런데 이 녀석아, 네가 눈치 봐야할 상대는 집사가 아닌 것 같은데? 왜냐하면 철수 고양이의 한 쪽 귀가 경철의 방향으로 열려져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촉즉발이다...
아니나다를까! "시키야, 밥 뺏아 먹었으면 약이라도 순순히 처묵어!" 하는 것 같다. ㅎㅋㅋ - 철수 고양이의 조력으로 집사는 쉽게 약을 먹이긴 했지만 이 힘의 관계 또는 서열은 매일 몇 번씩 뻔히 보면서도 도무지 계산이 안 된다.
노략질 하는 자와 응징 하는 자, 집사는 어느 놈을 나무라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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