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없는 높은 국민의식과 가래침 뱉기 그리고 자동차 공회전

요즘 들어 언론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듣게 되는 자화자찬이 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빠르게 이 유행병 사태에서 벗어나고 있는 걸로 보이고 대응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우리의 높은 국민의식을 칭찬한다 등등... 맞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사람들은 하지 않는 마스크를 아시아 몇몇 국가들에서는 비상사태가 생기자 마자 너나할 것 같이 끼고 다니기 시작하는 등 대응을 잘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국민의식이 선진화 돼 있어 그런 것일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한 사람도 거의 빠짐없이 마스크를 끼는 것은 일단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무지하게 눈치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론은 끊임없이 우리의 마스크 착용을 "남을 배려해서"라고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하며 자화자찬을 하고 심지어는 온 국민이 위기 때마다 똘똘 뭉치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라고 영어로 된 동영상까지 제작해 유튜브에 띄우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한국 사람인 나는 왜 갑자기 누워서 침 뱉기를 하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택배차량이나 사람을 기다리는 개인 차량들이 시동을 하염없이 걸어놓고 공회전을 시키며 시간을 보내고 더러운 공기가 내 집으로 들어오고 더불어 소음에 시달린다

방충망을 통해 흐릿하게 보이는 저 세 자동차 중 하나인 흰색 트럭이 오전 11시경부터 12시 40분이 될 때까지 거의 2 시간 가량 (어쩌면 더 오래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정확하게 본 게 아니라 시점을 기억한 것이므로) 시동을 걸어놓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택배차량이나 사람을 기다리는 개인 차량들이 시동을 걸어놓고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더러운 공기가 내 집으로 들어오고 더불어 소음에 시달리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만성이 돼서 처음에는 그러다 가려니 하다가 이거 뭐지? 하고 창 밖을 내다보고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고 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뭐?

요즘처럼 미세먼지니 뭐니 하는 세상에 자동차 공회전이 대기에, 이웃에 미치는 영향은 쌔가리꽁지(눈꼽 만큼도 - 를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만큼도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국민의식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하필 눈에 띄어 예를 들었을 뿐, 작업 때문만이 아니라 가만히 않아서 시동을 건 채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 광경을 본 참에 입을 떼는 것이다

저 흰색 트럭은 사다리차이고 전신주에 작업자가 올라가 있으니, 사다리차는 시동이 걸려 있어야 꺾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전혀 모른다) 이것이 오늘 하필 눈에 띄어 예를 들었을 뿐, 작업 때문만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시동을 건 채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 광경을 본 참에 입을 떼는 것이다.


예전에 지하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 1층에 살 때 열이면 아홉이 내 집 발코니를 향해 자동차 똥꼬를 들이대고 주차를 하고 아침마다 제 새끼, 혹은 제 마누라가 준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리는 일이 그저 다반사였다. 참다 못해 "이 매연이 너무 힘 드니 시동 좀 끄고 기다려주세요"라고 말이라도 붙이면 "그게 뭐 어때서?"라는 반응을 예사로 보이고 오히려 이 쪽이 대단히 이상한 인간 취급 당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민의식이다. (서울은 안 그렇다더라만 여기는 대구다. 물론 대구에도 그런 식으로 주차 못하게 하는 아파트들 많다) 여기서 내가 말 하는 것은 "저변"이다. - 이런 사람들이 이웃을 배려해 마스크를 쓴다고라?


그리고 창만 열면 하루에 몇 번씩 듣는 소리가 또 있다 - "카악~ 퉷!" - 게다가 며칠 전에도 지나가는 말처럼 썼지만 "어어~ 내 마스크 어딨지?" 하다가 주머니를 뒤적뒤적. 그런다고 또 주머니에서 나타나는 마스크는 뭐? 그런 것이 남을 배려해서 마스크를 쓰는 행동인가? 그 마스크 주물럭거린 손은 뭔데?


이런 수준의 세상이니 사실 며칠 감기로 아프면서 이번 유행병 바이러스가 창으로 날아들어 내게 감염 됐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식품 사재기가 없는 것이 내 눈에는 안전불감증으로 보이는 것이지 절대로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 사람들보다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나라에 식품 사재기가 없는 것이 내 눈에는 전염병의 심각성을 모르는 또 다른 안전불감증으로 보이는 것이지 절대로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 사람들보다 국민의식이 높아서 그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스크 쓸 생각은 않고 사재기부터 하는 그 쪽 사람들은 새 대가리 같은 느낌을 주기는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우리도 외출제한 또는 봉쇄가 됐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마스크를 보면 사재기가 있었기 때문에 마스크 사기꾼도 나타나고 온라인 상에서는 아직도 5~10배 오른 가격의 마스크가 버젓이 팔리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5부제가 시행 되기 전에 마스크 관련 줄서기는 어땠는가, 그것이 과연 주변을 배려해서 구입하고자 했던 마음이었던 것일까? 정부에서 묶지 않고 마냥 팔도록 놔뒀더라면 우리라고 사재기가 없었을까? -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마스크 덜 사기, 만들어 쓰기 운동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열심히 써서 어느 정도 유행병의 확산을 막은 것은 사실이지만 "배려"하는 마음 "높은 국민의식" 이런 식의 자화자찬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볼 때는 정말이지 순전히 자신이 감염 될까 두려워서 너도나도 끼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나라고 해도 밖으로 다닌다면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으니까.


정말 국민의식이 남다르다면 남에 집 발코니에 제 차 똥꼬를 대고 그렇게 헛부릉질을 해대지는 않겠지, 그리고 남에 집이 아니라 그냥 허공에라도, 이 험한 미세먼지에 중국이 어쩌니 북한이 어쩌니 남에 탓은 하면서도 제 차가 싸지르는 오염물질이 제 가족의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정말 국민의 의식이 요즘 언론에서 떠드는 만큼 고상 하다면 말이다.

정말 선진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정말 선진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카악~ 퉷!"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길 가에 똥 싸지르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그래서 나는 이 시국에 산책을 해야만 하는 댕댕이들이 더욱 걱정인 것이다)


이 위기 상황에 잘 대응 해나가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잘 대응"에 "높은 국민의식" 운운으로 숟가락 얹기 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는 칭찬이란 "계속 그렇게 하라"는 독려 밖에 되지 않으니까.


뭐 그렇다는 말이다... 창을 열어놨는데, 고양이 형제가 창 가에 붙어 살기 시작했는데 저따구 일이 있어서 하루종일 열불이 났던 참에 내뱉아 본 말 들이다. 


그리고 이 번에는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병을 옮겼다지? 내일 또 어떤 기레기는 이번 유행병은 동물이 사람에게 감염 시킬 수도 있다는 기사를 올릴 것이 틀림 없다. 사람이 동물에게 옮기면 동물도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한 번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을  기정 사실인냥 주장 하면서 동물 학대범들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 이것이 우리의 의식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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