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작다고 우기고 싶은 축소지향의 고양이 형제

12~13년 전에 이어령 선생께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적이 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뜻으로 우리집에는 축소를 지향하는 생명들이 있었으니~

좁은 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거대 고양이

내 고양이 형제에게도 탄력성 내지는 신축성이 있는 바구니를 하나쯤은 만들어 드리고자 (이웃 이모께서 신축성 있는 걸 고양이가 훨씬 더 즐기는 걸로 보인다고 전하신 바) 헐렁한 바구니를 짜기 시작 했는데 사진으로도 확인이 되듯이 위로 가면서 무늬를 살짝 바꾸면서 급 좁아져버려 아무래도 내 고양이들이 쓰기에는 무리라고 판단이 들었는데 - 철수가 들어앉은 모습만 봐도 작은 신발 신은 것처럼 불편해 보이는데 말이다.

나오라고 할까봐 경계하는 눈빛을 보이는 고양이

절대로 안 작다고 하신다. 

"안 된다, 이 녀석아. 그렇게 좁은데 끼어 앉으면 몸에 물집 생긴다. 작은 신발 신으면 물집 생기듯이 말이다~"

바구니 속에서 그루밍 하는 고양이

"치, 웃기고 있네" 하듯 그루밍을 시전 하시더니

좁은 바구니에 들어간 고양이

끄응~ 하며 몸을 구겨 넣고 "봐라 들어가지!"

꼭 끼이는 작은 바구니 속에서 잠을 청하는 고양이

그리고는 지난 번처럼 번쩍 들어 꺼내지는 꼴을 당하기 싫다는듯 자는 척! 바로 그 앞에 조금 더 넉넉한 사이즈로 새로 만든 것이 있는데도 기어이 낮잠 때마다 저렇게 낑겨 들어가시는데 얼마나 꽁꽁 낑겨 있는지 공처럼 굴려도 잘 굴러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마저~

그 동안 집사의 바구니 작업에 단 한 번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이 고양이는 또 갑자기 왜 이러시는가

어쩔 수 없이 저 작은 바구니는 아이들 관심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치우고 제대로 들어가면 사이즈가 딱 맞게 만들어진 바구니를 놓아 줬더니 철수 고양이는 저 것에는 관심도 없고 그 동안 집사의 바구니 작업에 단 한 번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이 고양이는 또 갑자기 왜 이러시는가 - 바구니는 타원형인데 길이대로 들어가지 않고 넓이로 들어가 털이 저렇게 삐죽삐죽 밀려 올라오도록 제 몸을 구겨 넣는다. 신발에 발을 똑바로 넣지 않고 옆으로 넣은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

다시 돌아나오지도 못할 좁은 공간으로 낑겨 들어가 나 죽는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고양이들이 유독 많은 이유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앞뒤로 자리가 남아 도는데도 기어이 저 모습으로 잠까지 청하는 걸 보니 다시 돌아나오지도 못할 좁은 공간으로 낑겨 들어가 나 죽는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고양이들이 유독 많은 이유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쩌면 고양이들은 또 다른 의미로 축소지향의 생물인지도?


어쩌면 집사가 바구니의 방향을 잘못 놓았기 때문인지(고양이는 늘 제가 들어가는 방향으로 들어갔을 뿐) 내일은 방향을 90도 꺾어 놓아봐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길이가 아니라 좁은 폭으로 들어가는 쪽을 선택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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