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에게 일거리를 줬더니...

고양이들의 입맛은 까다롭다. 특히 습식에 더 까다로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에 이 고양이 형제는 게다가 처방식을 먹어야 하니 선택의 폭이란 것이 있다고도 할 수 없을 지경인데

장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습식을 구해다 코 앞에 갖다 바치지 이 하얀 고양이의 적나라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집사, 장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습식을 구해다 코 앞에 갖다 바치지 이 하얀 고양이의 적나라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호랑이 고양이 철수는 아예 밥을 외면하고 앉아있다

그래도 경철 고양이는 예의상 입이라도 대 보는데 저 쪽의 호랑이 고양이 철수는 아예 내내 외면하고 앉아있다. 배는 고파서 자리를 뜨기도 그렇다고 먹어주기도 애매한 모양이다.


건사료에도 역시나 비슷한 반응을 보여서 기호성 좋기로 유명사 R사의 처방식을 살까 유혹도 수 차례 받았지만 알러지 처방식의 가수분해 단백질을 "깃털"로부터 얻는다고 돼 있다 @@;; - 물론 알아서 나름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단백질을 뽑아 내겠지만 그 브랜드의 일반 사료에서 깃털과 부리 같은 뼈 등이 나왔다는 걸 아는 집사라면 찝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병아리 연관 검색어[병아리 에쁜 사진이라도 넣어 보려고 검색을 하니 "병아리 분쇄기"가 연관 검색어로 뜬다. 그것도 두 번째로!]

게다가 태어나자 마자 "숫컷"이라는 이유로 산 채로 잔인하게 분쇄 돼 죽는 병아리, 그 아이들에게서 뽑아낸 단백질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굶어서 죽을 지경이 아니라면 절대로! 먹이고 싶지 않다.

노즈워크 장난감

그래서 일을 좀 시켜보면 건사료나마 먹으려나 생각해 낸 것이 위의 물건이다. 저렇게 동그란 그릇에 간식, 사료를 넣고 옆에 보이는 기둥을 꽂아주면 "냄새를 맡고 - 기둥을 치우고 - 뇨옴~ " 이런 순서로 일하게 돼 있는 댕댕이용 노즈워크 장난감이다. 가장 쉬운 레벨 1.

고양이들은 댕댕이들보다 식탐이 적고 후각을 그 만큼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반신반의 하며 일단은 간식만 넣어서 건네본다. 냄새를 맡긴 맡는다.

고양이들은 댕댕이들보다 식탐이 적고 후각을 그 만큼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반신반의 하며 일단은 간식만 넣어서 건네본다. 냄새를 맡긴 맡는다. 그런데 기둥을 치우면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냄새 맡느라 킁킁 대는 얼굴에 부딪혀 기둥이 하나 넘어지면 그걸 깔짝깔짝 긁어내 냠~ 하신다.

하얀 고양이, 제 형이 하는 짓을 내내 지켜만 보고 있다가 형이 먹으려고 밥상을 다 차려놓으니 숟가락만 냉큼 들이밀고 있다

그런데 이 하얀 고양이 봐라, 제 형이 하는 짓을 내내 지켜만 보고 있다가 형이 먹으려고 밥상을 다 차려놓으니 숟가락만 냉큼 들이밀고 있다.

철수 고양이는

철수는 "우이씨, 내가 어떻게 해서 열었는데..." 골이 단단히 났다. 집사도 같은 생각이다. "불로소득은 없다!" 다시 기둥을 얼른 세워버렸다.

전혀 일 같은 건 할 줄 모를 것 같았던 백치미 경철 고양이가 일을 하기 시작

하? 그런데 전혀 일 같은 건 할 줄 모를 것 같았던 백치미 경철 고양이가 일을 하기 시작하더니

손으로 기둥을 자빠뜨리고 역시 손으로 먹을 것을 끌어내기 시작하는 고양이

얼굴이 아니라 손으로 기둥을 자빠뜨리고 역시 손으로 먹을 것을 끌어내기 시작한다.

이 꼴을 본 철수 고양이 표정이 가관이다

이 꼴을 본 철수 표정이 가관이다. "철수야 좀 놀랐나? 집사도 놀랐다!" 

고양이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요령을 배운다

고양이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요령을 배운다고 하더라 - 이 모습을 본 철수도 심기일전 손으로 기둥을 빼보려 애를 쓰는데 저 칸은 아까 간식을 꽤 빼 먹어 기둥이 깊이 박혀 힘들다.

헛손질에 다른 쪽 기둥이 넘어지니 경철 고양이 다시 냉큼

그러다 헛손질에 다른 쪽 기둥이 넘어지니 경철 고양이 다시 냉큼 다가와

거듭 되는 동생 고양이의 방해에 식탐 없는 철수 고양이는 퇴장

제 형이 입 댈 사이도 없이 낼름! 

경철 고양이 혼자 간식놀이에 신이 났다.

거듭 되는 동생 고양이의 방해에 식탐 없는 철수 고양이는 퇴장. 그러거나 말거나 경철 고양이 혼자 신이 났다.

청각 대신 후각이 발달한 난청 고양이

청각 대신 후각이 발달한 아이라 반응을 보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실력 발휘 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둥을 손으로 쓰러뜨리고 먹을 것도 손으로 꺼내 먹는다.

뿌듯한 표정으로 집사를 올려다 보는 하얀 고양이

"거 봐라, 내가 도 잘 하지?" 뿌듯하면서도 나무라는 듯한 표정으로 집사를 올려다 본다. 암만~ 잘 했고 말고다! 네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도 있다니 말이다! - 식탐이 많은 아이라 먹을 것이어서 그랬다는 걸 뻔히 알지만 ㅎ~ 


그래도 늘 경철 고양이가 철수보다는 좀 맹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이 몹시 미안해진다. 스스로도 타인의 왜곡 된 고정관념 때문에 끊임없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왜 그랬을까... 그리고 존재에 대한 오만과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왜곡 등에 대해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그 날 밤, 경철은 저 그릇에 가득 든 사료를 밤새 달그락달그락 두어 기둥만 남기고 모두 자빠뜨려 거의 다 꺼내 먹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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