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한 때 고양이는 네모 만 엄청나게 좋아해서 방바닥에 테이프만 네모로 붙여놔도 그 속에 들어가 앉는다는 소문이 돌아 그걸 따라 시험 해 본 집사들이 엄청나게 많았던 기억이 난다.

책을 깔고 앉은 하얀 고양이

하지만 내가 경험으로 이해하는 진실은

1. 고양이는 종이의 느낌을 좋아해서 거의 무조건 깔고 앉는데 대부분의 종이가 A4용지를 비롯해 네모 모양이다.


2. 고양이는 집사가 하는 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 고양이가 네모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난 것은 집사가 공들여 바닥에 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을 하기(했기) 때문에 그 속에 들어가 앉은 것이다. 고양이도 집사가 가장 공들여 작업하는 그 일 만큼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다.

[우리집은 이렇다]

집사 작업을 방해하는 고양이

종이끈으로 뭔가를 하려고 시작만 하면 이러신다. 그림에도 보이지만 이제 겨우 두어 줄 진행 했는데 심지어는 저 가늘는 두 줄에 대고 스크래칭도 하신다. 하필 네모 모양이라 들어가 앉으신 것일까?

혼자 사냥하는 시늉을 하는 하얀 고양이

이 때는 시난고난 딱 한 줄 더 진행 됐을 때였다. 이번에는 하얀 고양이가 괜히 저 빈 공간에 들어가 후다닥 투다닥 사냥하는 시늉을 한다. 그런데 저기에는 정말이지 개미 한 마리도 없다. @@;;

눈으로 보기만 해도 배우는 고양이

이 모습을 본 좀 더 똑똑한(?) 철수 고양이, 방해는 그리 적나라하게 하는 게 아니라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장난감을 가져와 놀이 삼매에 빠진 척하는 거라고 일러주며 장난감을 물고 와 아예 지끈타래를 끼고 드러눕는다.


고양이 교황으로 유명한 레이하우젠 박사의 분석에 의하면 고양이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기술을 배운다고 했는데 저 하얀 고양이 표정을 보니 정말로 보고 배우는 중인듯 진지하기 짝이 없다.

집사 일을 방해하는 고양이들

그리고 또 다시 몇 줄의 작업이 더 진행 된 후, 하얀 고양이께서 이러고 계신다.

혼자 사냥놀이를 하는 귀여운 고양이

위에서 그냥 잡으면 되지 왜 반드시 내 작업 중인 물건 밑으로 손을 넣어 자세도 어렵게 만들어가며 난장을 부려야 하는 것이냐고오~

집사 일감 위에서 사냥놀이를 하는 고양이

하지만 똑똑한 고양이가 지켜보니 쥐돌이꼬치 따위는 인간이 간단히 물리치고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걸 간파하고 이번에는 길다란 줄에 매달린 쥐돌이가 등장시키셨다.

귀여운 표정을 짓는 고양이

"어쭈, 이 시키가 튄다아?"

쥐돌이 사이즈가 다른 것보다는 훨씬 더 커서 어렵게 다루다가 통통, 튕겨져 나가니 저런 표정을 짓는다.

장난감을 잡고 두 발로 선 고양이

하지만 유능한 사냥꾼, 금새 다시 잡아다가 "냥~" - 그런데 참 희한도 하지 사냥감이 튕겨져 나갔으면 다시 잡은 그 자리에서 놀지 왜 또 집사 일감 속으로 들어오느냐고오~

고양이가 엉망으로 꼬아 놓은 줄

그 결과로 집사가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만 했던 일! 마치 일부러 꼬아 놓은 것처럼 얽혀 있지만 일부러 그랬다면 저리도 뒤죽박죽 순서도 없이 꼬아 놓았을 리가 없으니 혼 내지도 못할 일이라.


그래서 고양이가 네모를 좋아한다는 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데 내가 관찰한 바로는 고양이는 집사가 하는 일에 관심이 있을 뿐 네모니 세모니 도형을 알아봐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닌 듯하다. - 결론은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네모가 아니라 "집사가 몰두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라는 것이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