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이것이 제 것이라는 걸 귀신같이 알고 꺼내달라고 온 방안을 코로 밀고 다녀 드디어 꺼내 드렸더니
바닥에 닿기도 전에 양 손으로 나동그라지면서 받는다 - 나이스 캐치!
하필 침대 쪽에 붙어 등 돌리고 누워 있어 무슨 짓을 하는지 돌아가 내려다보니 씹고 뜯고 그야말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다. 그런데 이 각도로는 사진을 찍기 어려워
캣닢쿠션을 잡고 방향을 돌리니 쿠션 묶을 끈을 입에 물고 결사항전의 태세로 질질 끌려온다.
물고 뜯기와 가열찬 뒷발질을 동시에 시전하시는 마약에 쩔은 고양이, 역시 "인정사정 볼 것 없다"파임에 들림없다.
그리고 원래 캣닢에는 별 반응 없는 이 고양이, 그래도 파티 중인데 한 번? 악마의 속삭임에 솔깃해진 모양이다.
예의 바른 고양이, 아무리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라고 생각 했는지 "아, 안녕 하세여~~"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저어~ 제가 한 판 땡겨도 괜찮을까요?"
쿠션이 뭐라고 대답 했는지 일 초도 지나지 않아 이 고양이 태어나 8년 7개월만에 가장 못 생긴 얼굴이 돼 버린다.
마약을 평소에 즐기지 않던 녀석이라 그런지 금새 두 눈은 knocking on the heaven's door~
그 곳에는 무엇이 보이느냐~?
하지만 이것이 고양이들이 사람보다 이성적인 부분이다. 광란의 엑스터시를 즐기는 것도 결코 1분을 넘기지 않아 금새 "내가 언제~?" 하는 말간 표정이 된다.
두 녀석 모두 제 정신으로 돌아왔고 파티에 먹을 것이 빠질 수 있나, 암만~ 역시 옆집 이모가 보내준 간식을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병에 넣어주니, 나란히 앉아 같은 일에, 게다가 박자까지 멎춰 집중하는 제 자식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안 겪어 본 사람은 절대 모를, 집사에게는 환장할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동시에 꺼내고 동시에 옴뇸뇸~
한 번으로는 모자라 리필 후에도 신기하게도 같은 박자로 움직이는 녀석들, 하지만 비슷한 장면들이 오래 반복 되니 이 쯤에서 자르고 (그런데 지금보니 경철이 오른손잡이였나? 할 정도로 계속 오른손만 쓰는 것이 눈에 띈다. 수고양이들은 대개가 왼손잡이라고 들었고 여태 관찰한 결과로는 이 녀석들도 둘 다 왼손잡이였는데. 어쩌면 경철 고양이는 그 머리 좋다는 양손잡이일지도 몰라~ ㅎ)
리필 후 얼마나 더 먹었을까, "야, 니는 아직도 배 고프나?" 하듯 동생을 돌아보는 철수 고양이,
생긴 것과는 다르게 확실히 경철 고양이보다 입도 짧고 입맛도 까다롭다.
형이나 가거나 말거나 옴뇸뇸~ 하다가
제 병이 다 비고 나자 문득 제 형이 자리를 떠난 걸 알아챈 식탐 고양이,
이 때를 놓칠세냐~ 제 형이 남기고 떠난 것까지 싹쓸이!
이렇게 간식에 진짜 약에 마약까지 갖춘 미리 한 크리스마티 파티는 끝이났다. 우리 진짜 크리스마스에는 사이키까지 돌리고 한 판 제대로 놀아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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