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상냥이들과 통영 꿀빵을 먹어보니

어제, 언니 보내 준 사진을 바탕으로 욕지도 고양이에 대한 꼭지를 올렸으니 오늘 내 손에 꿀빵이 도착한 것은 누가 봐도 전혀 뜬금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 혼자만 멀리 살아 이런 소소한 것들을 못 나누는 작은 언니에게 미안하지만

통영에서 온 꿀방을 검사하는 고양이 형제

우리집에는 새로운 먹을거리가 생기면 언제나 기미상냥들이 먼저 나서신다

꿀방을 검사, 냄새 맡는 고양이 형제

"혹시 독 들어 있는지 우리가 먼저 잘 살펴 보고~" 두 녀석이 한 마음으로 검사에 열중 하신다

형고양이에게 귓속말을 하는 동생 고양이

"엉아, 나는 이 냄새 싫다. 집사 먹어라 카믄 되겠다" 귀속말을 남긴 경철 고양이

스크래칭을 하는 하얀고양이와 돌아보는 얼룩 고양이

미련 없이 뒤로 빠져 시원하게 스크래칭 한 번 날려주신다. 집사 드디어 시식을 허락 받았노라. - 이런 것은 새로운 음식이 생기면 의례히 거쳐야 하는 고양이 집사의 흔한 시식 순서이다

오색의 종이에 싸인 통영 꿀방

나는 통영이라는 데를 45년 전 쯤에 중학교 수학여행(충무)으로 가보고는 다시 그 쪽으로는 가 본 일이 없어 꿀빵이란 걸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두어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이 먹어봤던 비주얼이라~

통영꿀방 팥맛

생각에는 겉이 번질번질 찐득찐득 꿀과 기름에 절어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뽀송뽀송한 겉모습을 하고 있고, 하나를 갈라보니 역시 먹어봤던 기억대로 팥앙금이라 슬쩍 한 번 맛 봤는데 달다. 내 동년배들은 달아서 싫다고 할 만큼 단 맛인데 나는 기름기 철철 넘치고  머리가 흔들리도록 단 것도 좋아하니 내 입에는 괜찮다. 한 번 갈라 놓으니 별로 당기지 않았는데 그냥 손이 가서 하나를 다 먹고

통영 꿀빵 고구마맛

두 번째 것을 그냥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아니 이건?" 팥 맛이 아니어서 얼른 내려다 보니 노란색 앙금이 들어있다. 먹어본 뒷맛에 고구마 맛이 가득 남는다

통영꿀빵 완두콩 맛

그제서야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난다. 통영 꿀빵은 싼 종이의 색깔에 따라 앙금이 달라진다고. 그러니까 녹색 종이에 싸인 것은 완두콩일 것이다. 나머지 흰색은 밤, 오렌지색은 유자 맛이라 각 맛마다 하나씩 다 맛보고 달달하니 오늘 하루 밥다운 밥을 먹고 싶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 포만감이 생긴다.

빵 냄새를 맡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집사, 이게 왜 유명한지 설명 좀 해봐" 하는 표정이다. 나도 모른다~ ㅎ]

유명해지는 것은 별다른 요인이 있을 때도 있지만 이처럼 공연한 입소문으로 "왜?"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주 황남빵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통영꿀빵도 여기에 포함 시키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빵이랄까 도넛이랄까 하는 맛은 어릴 적 전통시장에도 너무나 흔했던 맛이므로 -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에게는 "아니, 이런 맛이?!" 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에게는 유명한 것이라면 어디 한 번? 정도의 사소한 즐거움을 주기에는 충분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로 몇 팩 사다가 이집저집 나눠 먹기에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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