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있는 수 없이 많은 고양이용 동영상 중에 우리집 고양이 형제가 가장 열렬히 반응하는 것은 이 빨간 노끈 사냥이다
특히 철수 고양이는 노끈이 화면 맨 위에서부터 내려올 때는 완전히 펄쩍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다 이렇게 제법 정확하게 두 손으로 노끈을 낚아채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내려앉다가 삐끗 바구니 뒷쪽을 밟아 바구니와 함께 뒤로 자빠져 떨어지고 말았다(바구니 속에는 비누 포장재료들이 들어있어 다칠 만한 물건은 없다). 혼비백산 후다닥 달아난 고양이, 무슨 일이 있었나 멀찌감치서 살피다가
바구니가 살아있는 것이 아니란 걸 확인한 후 가까이 다가가 살피니 전혀 무서울 것도 갖고 놀 만한 것도 없는 잡동사니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는지
여전히 호로롱호로롱 날아다니며 꼬드기는 빨간 노끈에 눈길이 간다
바구니야 자빠져 쏟아져 있거나 말거나 빈자리에 뛰어올라 다시 사냥에 나설 채비를 한다
눈치 빠르고 충실한 집사, 얼른 바구니를 정리해 제 자리에 올려주니 아주 물 만난 물고기 같이 팔딱거린다
한참을 파닥거려 잡아도 잡아도 빈 손이라 허털 했던지 "음, 이대로는 안 되겠어"라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더니
미련없이 훌쩍 뛰어 내린다. 집사는 이쯤 해서 "역시 사냥감이 헛것이란 걸 눈치채고 시들해졌나보다" 했는데
멀찌감치 앉아 다시 한 번 전체 화면을 관찰한다
그러더니 다시 휘릭! - 일전에도 이런 비슷한 장면이 있어 언급 했었지만 이 고양이는 사냥에 전략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이 볼 때마다 신기하고 기특하다. 그리고 이런 면 때문에 집사로부터 자주 사람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노끈을 또 정확하게 짚고 있다 - 경철 고양이도 빨간 노끈에 열광하긴 하지만 늘 제 자리에서 손 닿는 곳까지만 파닥거리지 이 아이처럼 정확하게 손으로 노끈을 짚어내거나 완전히 점프를 해서 높이 뛰어오르는 일은 한 번도 없다
형이 하는 짓을 내내 지켜만 보던 경철 고양이, 도무지 사냥본능을 누를 수 없어 사냥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나름 한껏 노력하는 모습이다 - 뭔가 철수보다 한 수 밀리는 것 같은 맹한 모습 때문에 더 귀여운 내 하얀 고양이!
열정 고양이 덕분에 우리집 티비 화면은 온통 고양이 발자국이다 - 고양이 발바닥의 피지 때문인가 한 방에 잘 닦이지도 않아 온통 얼룩덜룩. 그렇거나 말거나 그것이나마 잘 갖고 놀아주는 내 고양이 형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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