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마신 꼰대, 주정 하는 중

티스토리 메인에서 젊고 자신만만하고 게다가 좀 배우고 책 좀 읽은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많이 무심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감성이 넘친다고 느껴질 젊은 사람들의 일기를 찾아 가끔 훔쳐 읽는다 - 엄밀히 말 하면 훔쳐 읽는 건 아니다, 공개 된 글이고 읽었다고 해서 무조건 소감을 남겨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것이 블로그의 속성이니까 말이다 -  역시 사랑받고 자란 세대는 사랑을 받을 줄 아는 것일까, 사랑을 주는 것은 모르겠지만 받는 것에는 편안하고 익숙한 것이 사실인 듯하다. 

아직도 마음이 아리는 길 고양이[이건 서정감 달리는 꼰대가 찍은 길고양이]

쓸쓸한 길고양이의 서정감 넘치는 사진을 찍어 올리고도 코멘트 한 마디 않으니 받을 줄은 아는데 찌끔 나눠 한 마디 건넬 줄을 모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젊은이는 이런 꼰대의 너저분하고 말 많은 정서를 이해 하기 어렵겠지만 꼰대들은 이런 젊은이들의 정서가 쿨내가 진동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읽어내려가면서 그림을 구경 하면서 "이렇게 배려 없이 사는 건 너무 자기 중심적이야"라는 말이 가끔 튀어나오지만 그것이 죄는 아니니까, 자신의 삶과 자신의 감성을 최선을 다 해 즐기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중이니까 그것만으로 사랑스럽고 부럽고 칭찬 해야 할 일이지, 왜냐면 우리는 교과서처럼 살았으니까,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도 심지어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으니까 말이야 - 검정 교과서, 제목만 '검정'이지 사실은 국정 교과서였어(내 기억이 맞는지조차도 가물가물) - 그리고 지금도 머리는 그것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알지만 세뇌 된 세포의 자동반사에 의해 움직여지고 사고하게 되는 그것이 젊은이들 말로 "꼰대 근성"인가?  

우리 동네 얼짱 길고양이

여기까지 쓰고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뭐냐 이런 쪽글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면 나름 최선을 다 해 배운대로 열심히 애 쓰며 살아 왔건만 남은 것은 푸석푸석한 머리칼과 어디에도 가 닿지 않을 꽉 막힌 윤리관. 남이 보기에는 근거 부족한 자신감이지만 이토록 확신에 차 있는 젊은 세대의 일거수일투족이 부럽다는 뜻일게다. 


그리고 끝내는 이런 젊은이들이 자신의 자신감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진심으로 축복하는 마음. 보이는 것과 공감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고뇌의 지수도 높아지며 동시에 쿨내도 점점 빠져 너저분해질 것이므로. 쿨내가 빠진다는 것은 근거 부족한 자신감이 점점 쪼그라 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근거 없음"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인생은 골로 가기 시작하는 것이니까. 그래, 한 치의 의심 없이 자신을 존중하며 잘 지내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진짜로 진심으로 축복한다. 

이웃 담벼락에 핀 꽃[골목 건너 이웃의 담벼락에 이런 꽃이 피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다른 한 편, 소는 누가 키우지? 김치는 누가 담그지? - 꼰대는 낮술 중이라 횡설수설 (술 깨서 다시 보고 창피해 죽는다고 지우고 이런 짓 하지 마라, 술 취한 나도 나니까!) - 좀 더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받은 후 아마도 '나는 왜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의 뻔뻔함도 갖추지 못한 것일까'에 대해 나름 술 마시며 숙고하고 변명한 것이려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젊음과 늙음의 탓이 아니라 개체의 성향 탓이라는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지만 마침 젊은이의 일기를 보며 스스로를 대입 시켜보게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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