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리듬체조를 하면 집사는 스크래처를 만든다

여기는 중부지방과 달리 이, 삼일은 오전 11시까지 에어컨 없이 견딜 정도는 되는 기온이었다

두 녀석 모두 짜기라도 한듯이 한 팔을 뻗어 척 걸치고

창으로 들어오는 새 공기가 시원 했던지 두 녀석 모두 짜기라도 한듯이 한 팔을 뻗어 척 걸치고

어쨌거나 고양이들 하는 짓이 뭔들 예쁘지 않으랴만은 나는 야아들이 이렇게 팔을 척 걸치고 있는 모습이 편안함과 느긋함의 표현으로 보여 덩달아 느긋해진다

"집사야 밥 줘어~" 두 눈이 검실검실 - 우리도 데칼코마냥이당~ 하고 우기고 싶지만 같이 있지를 않으니 옆집 루이나 코코처럼 적나라한 데칼코마냥은 물 건너 갔다. 


고양이들 하는 짓이 뭔들 예쁘지 않으랴만은 나는 야아들이 이렇게 팔을 척 걸치고 있는 모습이 편안함과 느긋함의 표현으로 보여 덩달아 느긋해진다

아침 식사 후, 언제나처럼 청소하는 집사 꽁무니를 따라다니면 삑삑 대길래 전 날 선물 받은 캣닢쿠션 중 안 가지고 놀았던 걸 내주니 금새 부엉이 얼굴을 하고 뒷발질을 해대다가

아침 식사 후, 언제나처럼 청소하는 집사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빽빽 대길래 전 날 선물 받은 캣닢쿠션 중 안 가지고 놀았던 걸 내주니 옳다구나 두 손으로 껴안고는 부엉이 얼굴을 하고 뒷발질을 해대다가

"파바박! 놓치지 않을 꼬예욤" 중국 여배우 탕웨이의 광고 흉내까지 제법 야무지게 낸다

 두 번째 아침 식사 중이던 경철 고양이, 제 형이 하도 지롤난리를 하니 이해불가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돌아본다

"저기이 미쳤나..." 두 번째 아침 식사 중이던 경철 고양이, 제 형이 하도 지롤난리를 하니 이해불가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돌아본다

경철의 비아냥거림을 알아 들었을까?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잡은 얼룩 고양이, 팔 아래 쿠션까지 끼고 제법 보스다운 자세로

경철의 비아냥거림을 알아 들었을까?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잡은 얼룩 고양이, 팔 아래 쿠션까지 끼고 제법 보스다운 자세로 "시캬 니 함 듁어 볼래?" 레이저 눈빛을 쏘니

"아니, 나는 안 듁고 밥 먹을란다"

하지만 고양이 삼신 어쩔 것이여~ 어제 갖고 놀던 걸 마저 내어주니 이 번에는 귀까지 마징가가 되어 뒷발질 스위치가 자동적으로 켜진다

눈빛 쏘아봤자 고양이 삼신이 어쩔 것이여~ 어제 갖고 놀던 걸 마저 내어주니 이 번에는 귀까지 마징가가 되어 뒷발질 스위치가 자동적으로 켜진다 - 아무래도 저것 선물하신 이웃 이모께서 흰쿠션에 캣닢을 더 많이 넣으신겨~

경철 고양이는 엉아의 저 난리법석이 여전히 이해불가!

경철 고양이는 엉아의 저 난리법석이 여전히 이해불가! - 여기서 잠깐! 다 갖고 논 캣닢 제품은 다음 놀이 때까지 반드시 밀봉해서 보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기 중에 냄새가 날아가서 다음 놀이 때 효과가 떨어진다

세상에~ 고양이가 리듬체조 하는 거 보신 적 있으신가들

그렇게 놀게 하고 집사는 집안의 다른 곳을 청소하고 돌아오니 세상에~ 고양이가 리듬체조 하는 거 보신 적 있으신가들~? 사실 내가 들어왔을 때는 저 풀려져 버린 스크래처를 등과 팔 사이에 끼우고 태연히 밥을 먹고 있다가 내 기척에 반갑다고 돌아와 앉아 머리만 빼낸 게 이 자세다

"집사, 스크래처 새로 사 줄래 아님 내가 이거 들고 리듬체조 선수로 뛰어서 스크래처 살 돈 벌어올까?"

그리하여 철수 고양이가 기 리본을 뒤집어 쓰고 데모를 하기에 이르렀는데

"봐라, 내 포즈가 제법 예술적이자녀?"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스크래처를 사 준 적이 없다.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스크래처를 사 준 적이 없다. 왜인고 하니 첫째, 금새 낡아져서 먼지가 폴폴 날려 오래는 쓸 수 없는 스크래처가 모양이 근사하면 너무 비싸고 둘째, 가격이 싸면 프레임이 너무 조잡해 집 안에 들이기 싫었기 때문에 늘 리필용으로 사 금새 금새 버리는 쪽을 택해 왔는데 이누무 동그라미 스크래처는 낡으니 리본처럼 줄줄이 풀어져 버리는 것이 함정. 그리하여 철수 고양이가 기 리본을 뒤집어 쓰고 데모를 하기에 이르렀는데

우철수 고양이 저거저거 웃는 거 좀 봐라

우철수 고양이 저거저거 웃는 거 좀 봐라. 이미 이것이 무엇에 쓰일 물건인지 다 알고 있는 것이여~ - 그렇다, 이것은 즈들 스크래처 짤 지끈. 


아무리 고양이 장학금이 남아 돌아도 금새 버릴 물건을 거금 주고 사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않는 조잡한 프레임의 스크래처는 더더욱 싫으니 우짜노, 가진 거라곤 손재주 밖에 없는 집사가 개고생 해야재~

이대로 짜 나가면 지름이 70cm 가량의 스크래처가 완성 되는데 이거이 왜 좋은가 하면 아이들이 다른 어떤 스크래처보다 월등히 좋아하고 용도도 다양하며 이 집에도 어울린다는 것

이대로 짜 나가면 지름이 70cm 가량의 스크래처가 완성 되는데 이거이 왜 좋은가 하면 아이들이 다른 어떤 스크래처보다 월등히 좋아하고 아이들과 사람의 방석으로 쓸 수 있어 용도도 다양하며 먼지 또한 날리지 않고 이 집에도 어울린다는 것. 


그런데 겨우 요 만큼 짠데서

서너바퀴 더 짰는데 철수 고양이 이미 그거 붙잡고 스크래칭을 시작 했다. 그러다 집사와 눈이 딱 마주치니

서너바퀴 더 짰을까, 철수 고양이 이미 그거 붙잡고 스크래칭을 시작 했다. 그러다 집사와 눈이 딱 마주치니

"어어, 이게 아닌가?" 하듯 잠시 생각 하더니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낡은 스크래처에 대고 박박 - 누가 보면 집사가 혼 내서 그런 것 아니야? 하시겠지만 천만의 말씀!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낡은 스크래처에 대고 박박 - 누가 보면 집사가 혼 내서 그런 것 아니야? 하시겠지만 천만의 말씀! 나는 아무리 근사하게 공들여 짠 바구니라 해도 야아들의 스크래칭을 단 한 번도 말리거나 혼 낸 적이 없다, 진짜다! 철수의 저 행동은 단지 아이가 영리하기 떄문이다 으흐흐~

그러다 몇 바퀴 더 짜고 잠시 쉬고 있으면 또 다시 스크래칭 하다 눈이 딱 마주치고. 우리는 이틀 동안 이 짓을 수 없이 반복하고 있다 - 철수 고양이가 왜 눈이 마주치면 비키는지 방금 짐작이 됐다. 즉, 저렇게 앉아 있거나 스크래칭을 할 때 "철수야 비켜, 엄마 일 해야 해~"를 아기 때부터 자주 들었기 때문인듯. 


그런데 그렇게 말 해서 비켜주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고

못 알아들은 척 이렇게 벌러덩 나자빠지는 일이 훨씬 더 잦다. 짐짓 피곤해 죽겠다는 듯 하품까지 쩌억 하시고

못 알아들은 척 이렇게 벌러덩 나자빠지는 일이 훨씬 더 잦다. 짐짓 피곤해 죽겠다는 듯 하품까지 쩌억 하시고

허공에 대고 꾹꾹이를 시전 하시면서 (이 녀석 이 장면에서 '흠냐리 쩝쩝'까지 했다) 실눈 뜨고 살펴도 집사가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니

허공에 대고 꾹꾹이를 시전 하시면서 (이 장면에서 '흠냐리 쩝쩝'까지 했다) 실눈 뜨고 살펴도 집사가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니

마지막 필살기 두 손을 깡총! 들어올리고

마지막 필살기 두 손을 깡총! 들어올리고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포즈를 잡아 주신다 - 저렇게까지 행복 하다시는데 그거 몇 바퀴 더 짜자고 아이 일으켜 세울 집사가 세상에 어딨겠노... 하지만 그래봐야 이눔아, 너만 손해여~ 네 스크래처만 더디게 완성 되지 집사가 무어가 답답하겠니? 

스크래칭 하는 귀여운 고양이

하긴 즈들도 답답할 거 없긴 마찬가지다, 손바닥 만큼 짜 놓았을 때부터 이미 새 스크래처의 역할은 시작 됐으니

바구니에 손 걸치고 내려다 보는 고양이[에고 무슨 작당들이여, 한심한 것들~ 하시는 시크냥]

어쨌거나 고양이는 좋겠다. 낡은 스크래처 풀어서 리본 마냥 둘러쓰고 몇 걸음만 걸어도 집사가 환장해 수제 스크래처를 만들어 준다고 손이 띵띵 붓도록 엎어져 개고생을 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만날천날 저렇게 깡총! 하고 누워 계실텐데 완성은 언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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