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는 언제나처럼 컴퓨터질을 하고 두 고양이 형제는 아래 위로 나란히(?) 캣타워에 자리잡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던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경철이 "쿠엑 켁! 힉! 힉!" 이런 소리를 내며 기침을 한다. 깜짝 놀란 철수, "왜 그래?" 하듯 동생 한 번 올려다 봤다가
아무 소리 안 들리는 듯 여유롭게 카메라를 집어든 집사를 "집사 이거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 줄 수 있어?"라는 눈빛으로 건너다 봤다가
경철이 이번에는 목을 더 길게 빼고 '키익 킥!'하니 눈빛이 걱정스레 변한다 - 적어도 집사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이 때, 집사는 왜 안 놀라고 사진이나 찍어 대냐면 사실은 경철 고양이, 아주 아기 때부터 바구니 턱에 제 목을 내리 눌러서 일부러 기침을 유발하는 듯한 행동을 일 년에 두어번씩 해오고 있는데 처음에는 기절할 정도로 놀라자빠진 집사 '내일도 이러면 병원 가야지'고 며칠을 두고 조마조마 관찰을 했는데 또 다음 날은 멀쩡!
후로 가끔씩 이런 기침을 해 그 때마다 놀라자빠져 살피고 떨고를 반복하다 어느 날 문득 그 기침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 했는데 바로 스스로 목을 어딘가에 대고 내리눌러 일부러 기침을 유발 하는 듯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후로 목을 누를 듯한 자세가 포착 될 때마다 바로 앉혀 주기만 하면 전혀 기침을 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하는 행동이라면 왜 일부러 저렇게까지 하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집사에게 내내 제지 당하면서부터는 서서히 그만 뒀었는데 그저께 갑자기 또 다시 그 짓을 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듣던 소린데 하도 오랜만에 들으니 철수가 많이 놀랐던 모양인지 캣타워 기둥을 부여잡고 숨도 안 쉬는듯 동생을 살피다가
목을 더 내리누르려고 동생 얼굴이 가까워지자 "니 괜찮아?" 하듯 제법 동생 걱정을 하는 형아의 모습을 보인다
집사는 사진 찍는데 정신을 팔고 있고 자세를 보니 경철이도 즈 엉아의 과도한 관심 때문에 영 재미가 없어졌는지 '이제 그만 할까?' 하는 것 같은데 철수만 얼어붙은 듯 두 손으로 기둥을 부여잡고 걱정스런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맨날 못잡아 먹어 난리면서 그래도 형이라고 동생이 뭔가 심상찮으니 걱정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철수 이런 모습 처음이야!
한 편, 당사자인 경철 고양이는 뚫어져라 자신을 보고 있는 형아의 시선에 "에이 C" 하듯 벌떡 일어나 캣타워를 떠나버리니
평소 같으면 내려가는 동생 다리 낚아채고 한 입 칵! 해야 정상인데 얼마나 놀라버려서 더 이상 캣타워 기둥을 잡고 있을 힘도 없던지 두 팔을 늘어뜨리고 머엉~
기절놀이를 즐기는 양아치 고양이의 "머?"
그런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궁금한 것이 이 고양이는 왜 목을 눌러 기침을 유발할까? 예전 초등학생들 사이에 기절놀이, 목 졸라 기절하기 직전까지 가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그런 놀이가 한 동안 걱정스레 세간을 떠돌았는데 야아도 혹시 그런 기분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그 자세만 막으면 기침을 않는 걸 보니 내 관찰대로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긴 하지만 멍청하고 게으른 집사가 다른 이상이 없다는 핑계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한 동안 않던 짓을 갑자기 하니 걱정이 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철수의 처음 보는 형아다운 모습에 무엇인가 마음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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