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간, 밥 잘 먹고 그루밍 잘 하고 머리 잘 빗고
집사 빗질이 시원찮아 미진한 부분은 스스로 긁어 해결하고,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듯한 표정이 되는 철수 고양이, 집사에게도 짚이는 게 있어 얼른
경철 고양이 쪽을 살피니 아니나다를까 이미 눈빛이 심상찮다는 것을 발견한 찰나
이것이 사람의 속도로 잡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다음 장면이었다
엉아가 덤빌 것 같으니 일단 부리나케 도망을 가놓고도 도대체 이 상황이 못마땅하고 이해가 안 가는 경철 고양이, 주둥이를 툭 내밀고 "왜, 또 머?" 하는 표정이다
돌아앉으면 포기하고 내려가려나 생각하고 엉덩이를 드는 순간 이 엉아란 넘 동생 마음은 1도 짚어주지 않고 살찐 방뎅이를 카악!
이쯤 되면 평화주의자 하얀 고양이도 참을 수가 없다 "하아앍!" 경철 고양이는 도대체 왜 자꾸만 갑작스런 공격을 당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하악질만 늘어간다
그런데 왜 공격하는 눔과 당하는 눔 표정이 똑 같을까? 한 번 공격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의기양양 덤비는 그림이 암만해도 보기 낫지 싶은데 하악질에 솜방망이 휘두르기 신공이 작렬하니 공격자로서도 겁은 나는 모양인가?
"고마 해라 하아앍!" - 하악질 2
철수, 경철이 하악질을 해대니 더더욱 얄미워 한 대 때리긴 해야겠고 그러다 되려 맞을까봐 겁은 나고 - 고개는 있는대로 뒤로 젖히고 팔은 가능한 한 앞으로 뻗어 대충 감으로 솜방망이를 휘둘렀는데 퍽! 한 방 제대로 들어갔다
"또 하악질 하기 전에 고마 해라이~" 경철의 경고
그러나 적이 아랑곳 없이 계속 솜방망이를 흔들어 대자 다시 "내 인제 진짜로 안 참는다이? 하아앍!" 바부, 바스켓 안에 갇힌 주제에 안 참으면 우짤끼고? - 하악질 3
후로도 연속되는 솜 방망이질로 창가에 내놓은 화분에 하얀털이 눈처럼 내려 앉을 때까지 난타전이 계속 되면서 하악질 도합 삼백은 쌓였지 싶은데
두 뚱땡이 녀석이 그렇잖아도 흔들거리는 바스켓(이사할 때 아저씨들이 뚝 분질러 놓은 걸 마이티퍼티 2개로 붙여놓아, 그나마 수평을 못 맞춰 피사의 사탑이 된 상태)에 거의 매일 아침 이러고 매달리니 급기야 툭 분질러져 어느 한 녀석 방충망을 뚫고 거리로 튀어나갈 일이 생길까봐
"철수야, 고마 해라이~" 마침 낮은 곳에 있어 불리함을 느끼던 철수, 집사 말 듣는 척하며 싸움을 끝내 주신다. 그런데 집사는 또 무슨 변덕이 나 갑자기 카메라를 jpg로 찍히게 돌려놓아 오늘의 명장면은, 게다가 역광이라 아무리 보정해도 모다 흐릿... CR2 파일, 용량이 너무 커 이제 그만 쓸까 했두만 그것마저도 글렀네 그랴... 그나저나 제발 그만 좀 싸우그라, 경철 하악질이 나날이 늘어 아닌 게 아니라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 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