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히지만 고양이는 건오징어를 먹으면 안 된다 - 건오징어 특유의 냄새에 많은 고양이들이 플레멘을 하다가 결국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내고는 무섭게 덤비기도 하는데 그 귀여운 모습에 넋이 나가 조금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시지 않기를 바란다 (이유는 말미에 정리합니다)
지난 목요일 아침, 기분이 안 좋았는지 몸이 안 좋았는지
이런 표정으로 집사를 올려다보다가 슬그머니 침대 밑 상자 속으로 들어가 오전 내내 두문불출하여 집사를 한 방에 지옥문을 넘나들게 하더니 오후에 즈 이모와 사촌 형아가 와서 오랜만에 집에 사람 온기가 도니 슬그머니 기어나와 일 년에 한 두번 볼까말까한 사촌 형아 주변을 맴돌며 냄새도 맡고 이모한테는 궁디팡팡하라고 "께에~"라 잔소리도 해가면서 영 생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늘 웃음기 없는 집사와 드나드는 사람 하나 없이 생기없이 지내니 아이가 심심하고 지루해 우울했던 것이려니 생각하니 얼마나 미안한지...
아무튼, 우리집 두 고양이들 중 경철이가 유난히 오징어 냄새만 나면 별나게 반응을 하는데 이 날은 마침 이모가 오징어를 사 왔다
이모가 있을 때는 별 반응을 않더니 이모를 배웅하고 들어오니 이 녀석 하는 짓 좀 보소 - 사실 이 장면은 일 차 뺏아서 치운 걸 다시 습격해서 물고간 것이다
뺏길까봐 어찌나 급한지 오징어 다리 사이에 지끈까지 같이 걸어서 물어올리고는 냅다 내달리길래 "이눔 시키, 이리 안 내놔!?" 외치며 따라가니
집사 서슬에 놀라 놓은건지 놓친건지 떨어진 오징어다리를 입맛 다시며 돌아본다 - 저 달리던 다리 모양과 아쉬움 가득한 눈빛을 보니 놓친 것 같다 ㅎㅎ
줏어서 마침 옆에 있던 식탁에 올려 놓으니, (집사도 참 바보지, 어째서 높은 데 두면 고양이 손에서 안전하다고 그 순간 생각한 것일까?) 그 정도야 뭐 고양이에게 껌이지, 훌쩍 올라가 다시 물더니 이 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냅다 달리다가 아구가 아팠던걸까 오징어 다리의 크기가 버거웠던걸까 또다시 놓치고 만다. 그러나 집사가 뺏기 전에 잽싸게 낚아채
자리를 옮기더니 급한 마음에 툭! 뱉아 드리블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게 잘 될 리가 있나, 오징어다리가 지 얼굴보다 더 큰데
"에잇, 그럼 빨리 먹어 치우자" 제법 콧잔등을 찡그리고 잘근잘근 씹기 시작한다
"안 돼 이 눔앗!" 결국 빼앗기고 말았지만 닭가슴살 육포도 저렇게 사냥하며 씹고 뜯고 즐기는 아인데 그것조차 안 해 준 지가 언제인가... 다른 가족 없이 지나치게 조용하고 심심하게 살게 해 미안한데 이렇게 본능을 충족시키며 즐길거리조차도 점점 안 해 주다니 이래저래 집사가 미안해...
고양이가 건 오징어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
1. 오징어는 딱딱하고 질겨서 작은 동물인 고양이가 소화하기가 어렵다 - 구토 등의 소화불량 증세를 겪게 된다
2. 장에서 불어나면 심한 경우 장폐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3. 건조하지 않은 오징어는 타우린이 풍부하여 고양이에게 유익하다. 그러나 소화에는 어려움이 따르므로 부드럽게 잘 조리하여 가끔씩 소량만 먹이는 것이 좋다 (문어도 마찬가지)
4. 그러나 날오징어를 줘서는 안 된다 - 날오징어에는 비타민B1을 파괴하는 티아미나아제가 들어있어 많이 먹을 경우 영양소의 결핍, 불균형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척추의 변형과 수명의 단축을 야기하게 된다. 티아미나아제는 오징어 등 연체동물 외에도 조개류, 갑각류에도 들어있다. 그러나 가열하면 이 성분은 사라지므로 날 것을 먹을 때는 사람도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