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서 '바닥에 네모로 테이프를 붙여 놓으면 고양이들이 홀린듯 그 속에 자리를 잡는다'는 말이 퍼져 집사들 사이에 이 실험(놀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는 뭔가 고양이에게 실망을 느끼기도 하고 소문에 속았다는 느낌을 가진 집사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거의 정확히 7년 전, 지끈롤 속의 철수 고양이]
사실은 철수 고양이의 생후 5개월이던 이 모습과
며칠 전의 7년 5개월인 이 모습을 보다가 문득 그 '고양이 네모'가 생각난 것인데 - 일단 내 고양이 형제는 바닥에 붙여놓는 테이프 따위에는 관심이 1도 없었다(작년에 해 봤다 --;;)
하지만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그 네모 속에 관심을 보이며 반응을 하자 그 현상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이론까지 등장하기 시작 했는데
수 많은 이론 중에 내 고양이들을 관찰한 내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그럴듯한 것은
1. 집사가 (정성 들여) 하는 일에 관심이 있어서
2. 어디든 낑겨 들어가는 걸 좋아해서, 이 두가지다
그런고로 이 고양이들에게 "집사 방해"와 "낑겨 들어가기"에 최적화 된 것은 아기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끈롤이다 - 물론 난청인 경철 고양이는 베이비 시절, 피아노 수업 때 건반을 꾸다당 꾸릉꾸릉 밟고 다니기도 했었다
한 녀석은 작업 중인 물건 위에 앉아 있고 한 녀석은 그것과 일체가 돼 풀려나와야만 일이 진행되는 지끈롤 속에 들어앉아있다
그런데 고양이들 속성에는 아무래도 어딘가에 낑겨들어가 있는 것이 당연히 더 아늑하게 느껴질 터, 그 새 지끈롤을 차지한 놈에게 질투가 폭발한다
"야, 너 누가 거기 들어가라고 가르쳤어?"
"아 왜 또 지롤여?"
하얀 고양이,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우면 그냥 비키지 기어이 한 마디 던진다
이것이 낑겨앉을 수 있어 아늑하면서도 집사의 일을 동시에 방해할 수 있는 최적의 자리를 내주고도 두들겨 맞는 하얀 고양이의 최후다. 이쪽 저쪽으로 방해 받아 짜증, 안달나는 집사의 입장 따위는 아랑곳 없다.
횡설수설 했지만 내가 하려했던 말은 내 고양이 형제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먹을 것도 아니고 방바닥에 붙인 네모진 테이프도 아닌 지금 당장 집사가 가장 정성을 들이는 바로 그 일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도 집사는 한 가득 일거리만 펼쳐놓고 고양이 형제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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