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명랑고양이 철수군은, 어릴 때부터 고양이로서는 식탐이 대단히도 없는 편이라 늘 인간 속을 태웠는데... (알고보니 철수 고양이가 식탐이 적은 것이 아니라 경철 고양이가 식탐이 많은 것인데 집사는 고양이 식탐의 기준을 하필 경철에게 두었던 것)
궁여지책, 이 녀석들은 잡은 것을 반드시 입으로 가져 간다는 속성에 착안해 밤마다 동결건조 닭가슴살을 장난감 삼아 던져주기 놀이 즉, 사냥 놀이를 해서 그거라도 먹이려는 눈물겨운 시도를 했던 시절이다 - 한 발짝도 떼지 않고 던져 준 것을 트위스트로 받아내는 철수 고양이
이렇게 집사가 게으르게 앉아 던져주는 걸 받다가 놓치면 마침 손에 잡힌 캣트래퍼에다 분노의 바각바각, 힘이 어찌나 장산지 캣트래퍼가 흔들흔들한다
이 번에는 좀 더 멀리 던져주니 온 몸을 날려 나이스 캐치! 이제서야 겨우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저 둔탁한 솜방망이로 저 작은 물건을 몰고 더구나 방문턱이 제법 있는 옛날 주택의 이 공간 저 공간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술이 사람 눈에는 참으로 신기하고 기특해 보인다
이렇게 한 번 드리블 하기에 시동이 걸리면
지가 지 손으로 휘릭 던져놓고는 제 풀에 전력질주! - 고양이는 놀아좋고 집사는 먹여 좋고, 이렇게 겨우겨우 두 조각 정도 억지로 먹이고 나면
더 먹기 싫다는 의사표시로 다른 장난감을 물색해다가 보랍시고 아무 데나 툭! 던져놓고 저 쪽으로 가버린다. 저 쪽으로 가버린다 해서 다 놀았다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그 인간은 큰 실수 하는 것이다. 삐걱대는 몸을 이끌고 끄응~ 일어나 던져 놓으신 물건을 공중으로 노옾게 던져드려야 유능한 집사지!
"앗싸아~" 이렇게 뛰어올라 받으려다 한 손으로 툭 쳐서 쥐돌이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면
주저없이 슬라이딩! 이 짓하다 앉아있는 인간 무르팍에 머리를 갖다 박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녀... 아무튼 이 녀석 이런 행동거지는 야생에 있었다면 그야말로 고양이 천하를 호령하는 대장냥이가 되고도 남았을 법 한데...
인간이 던져 준 쥐돌이를 다시 잡으려 출동하려던 찰나, 탁자 위에 앉아 무심히 구경하던 동생 고양이께서 내려와 진로를 방해 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 불꽃이 튄다? '아싸아, 인석들 드디어 한 바탕 제대로 붙어 버리겠군!!!' 김치국부터 마시고 신이 난 인간, 다가올 장면들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거의 연사 수준으로 셔터질을 하는데...
어라? 철수 고양이,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 앉는다? - 동생이 먹고 있으니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주려는 건가보다, 저러다 보면 김 새는데? (고양이들은 상대가 뭘 먹을 때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집사가 뭘 먹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해 하지만!)
"야아 뭐 해?"
"토" 한다!!! 기껏 사냥놀이라고 속여 두어조각 먹여 놨더니 배 부른 참에 동생이 꾸역꾸역 드시는 걸 보고 비위가 뒤틀린 것인지 뛰면서 먹어 체한 것인지 하루종일 먹은 걸 다 토해낸 것 같이 양도 많다. 저렇게 두어군데 자리 옮겨가며 토해 놓은 걸 기껏 치워 놨더니 곧장 그 자리에 가 킁킁! 그 주변을 돌며 바닥을 바각바각! "집사야, 냄새 난다, 제대로 닦아라!!!"
고양이에게도 식이 알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그것이 구토를 유발 할 수 있다는 것도 게다가 어떤 것을 어느 정도 먹여야 할지도 모르고 그저 철수는 많이 안 먹고 자주 토 하는 고양이려니, 주먹구구 일방적인 기준으로 아이들을 상대하던 무식한 시절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기야 했겠는가만은 그렇게 무심히 보낸 시간들이 새삼 아쉽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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