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에(이조년 : 다정가)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라는 구절이 있다. 내 고양이 형제의 소소한 행동을 관찰하고 있자면 그 시가 딱!이다 하게 되는 장면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연출 된다
어쩐 일로 두 녀석이 한 프레임에 겨우 들어올 정도로 가까이 눕고 엎드려 있어 집사는 무조건 카메라를 잡는다, 집사 눈에는 뭐니뭐니 해도 둘이 함께 찍히는 것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므로 - 설사 그것이 쌈박질 장면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경철 고양이는 집사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다른 한 녀석은 세상 무심하게 엎드려 있다가 경철 고양이가 집사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제 형쪽으로 시선을 주니 세상 무심한 듯 엎어져 있던 철수가
그것이나마 몹시 반가웠던지 "아르르~"하며 널부러진 자세 그대로 상체만 구부려 경철 고양이 쪽으로 몸을 돌리니 (고양이 게으름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철수가 뭐랬나, 그냥 "아르르~"한 마디 하고 제 동생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인데 경철 고양이, 지체없이 긴장감의 게이지를 상승 시키더니
마징가 귀를 만들어 잠시 의심과 궁리로 마음이 복잡한듯 "얼음"하고 있다가
"에잇, 또 당하기 전에 내가 피하고 만다"며 벌떡 일어서
"엄니, 나 좀 살려 줘어~"며 집사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내 암만 살펴도 그럴 만한 일은 없었는데... 작은 몸짓 하나로 대놓고 거절부터 당한 철수 고양이는 선하품을 하며 사방에 침 튀기는 도리도리로 민망함을 털어낸다
하나는 다정이 병인냥, 다른 하나는 의심이 병인냥, 그리하여 생겨난 불통냥 형제 - 동물이나 사람이나 혼자인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이 불통일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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