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대구 수돗물에 약 탔다는(폐수 잔여물) 소리 처음 들었을 때 내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 고양이들에게 그 물을 마시게 했던 거야?"였다. 고양이들이 아무리 물을 안 마시는 동물이라지만 하루에 몇 모금은 반드시 마시는데 저 조그만 것들에게 독약을 떠놓고 어쩌다 마시면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아~" 했던 걸 생각하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미안해서 눈도 마주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지금까지 내게 뭘 먹였던 게야?!' 이렇게 버릇 없는 눈으로 야려도 할 말이 없다]
그 동안 아이들에게 써오던 물그릇은 주로 이런 컵,
이런 그릇으로 가득 채우면 공히 750ml 이상 들어가는 대형 컵과 그릇들로 네 군데에 놓아 뒀었다 - 이런 컵이나 그릇을 쓰는 이유는 고양이들이 즈들 몫으로 준 물은 잘 안 마시고 꼭 집사가 마시다 남긴 물을 얼굴을 쑤셔 넣어가며 할짝거리기 때문에 아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컵과 그릇들을 물그릇으로 내준 것이다.
그릇 얘기를 왜 하는가? 정수를 해도 독약이 남는다니 생수를 마시게 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고 이 네 그릇을 모두 채우려면 적어도 하루에 3리터의 생수를 매일 부어야 한다는 이야긴데 문제는 (집사라면 아시듯이) 그 대부분을 마시지 않고 그냥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수물을 계속 줄 수도 없고... 고민하다 문득 불이 들어 와
언니가 밥공기 하라고 만들어 준 작은 그릇 4개 중 3개와
역시 언니표 김치 종지로 급수대를 급조했다 - 늙어 그런지 더 이상 사고가 유연하지 않은 집사, 물그릇을 작은 걸로 바꾸면 된다는 생각을 그리 어렵게 해 낸 것이다. 이렇게 하니 생수 한 병으로 이틀은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물맛 바뀌고 그릇 바껴 아이들이 마셔주기나 할까 걱정 했지만 맛도 낯도 가리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미안한 것은 물그릇에 터래기 등이 떠 다니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하던 물 바꾸기를 이제는 웬만하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젠장, 죄는 인간이 지었는데 고양이가 왜 좁고 작은 그릇에 게다가 먼지, 터래기 걱정해가며 물을 마셔야 하는지!? - 이상 독약 수돗물 파동을 한 점 지은 죄 없이 덩달아 겪고 있는 대구 고양이 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