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호기심과 집사 사랑

권장 되는 기간 동안 식이제한 요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수 고양이의 피부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이제 다른 식이제한 요법을 해야할 타이밍인데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다. 대신 내내 신경 쓰이는 집안의 곰팡이 때문에 아이들이 쓰는 물건이라도 소독하고자 메디록스를 4리터 통째로 샀다.

테이프 접착제에 호기심을 보이는 고양이

포장을 풀자마자 오랜만에 끈적끈적한 테이프를 보고 환장하고 덤비는 철수 고양이, 하지만 이제는 어른이 다 된 티가 나는 것이 "철수 지지야~" 하면 더 이상 덤비지 않고 물러난다.

동굴 바구니에 들어간 고양이

그리고는 즈들 바구니, 캣타워, 캣폴 등을 몽땅 소독 하겠다고 안에 있던 깔개를 걷어내니 그것 하나로 새로운 공간의 탄생으로 여겨졌는가 여기서는 "쩔쭈야, 나와 소독하게~" 암만 얼르고 달래도 못 들은척 고집스런 표정으로 버티고 앉았다. 그랴 세월이 좀 먹나, 기다리지 머... 9살이 넘은 고양이의 아기 같은 호기심.

침대 발치에 숨은 고양이

한 편 경철 고양이는 눈만 마주치면 양치질에 막대기 같은 약에 미칠 지경이었는지 요즘은 숨는 위치를 바꿔서 침대 발치 쪽에 들어가 상반신만 내놓고 있다. 여기가 방문 바로 옆이라 집사가 뭐하는지 가장 잘 살필 수 있어 약이라도 들고오면 잽싸게 숨을 수 있는 위치란 걸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모양이다.

침대 아래에 하반신을 숨긴 고양이

"엄니, 여기까지 찾아왔어?"

"너 아까 약 다 먹었어, 양치질도 하고. 안 숨어 있어도 돼~" 해도 못 알아듣는다, 물론 안 들리니 더 그렇겠지만

꼬리를 그루밍 하는 고양이

그리고 바구니 동굴에서 별 볼일 없다는 걸 느낀 탈모 고양이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와 털뽑기에 열중이다. 집사는 이제 더 말리기도 지친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것, 그냥 제 면역력이 최대로 올라와 스스로 치유 되기를 바라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항문을 그루밍하는 고양이

집사 마음을 읽었구나, 이제는 아예 몸을 폴더로 접어서 똥꼬부터

폴더 자세로 그루밍 하는 고양이

꼬리끝까지 주악좍 핥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여기저기 땜빵은 생기고 없어지고 생기고 없어지고, 좋아진다고 해야할까 나빠진다고 해야 할까... 코숏인 네가 스핑크스가  품종으로 변신해도 나는 괜찮다, 네가 고통스럽지만 않으면...

제 발로 찾아와서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경철 고양이[제 발로 찾아와서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경철 고양이]

숨어있던 고양이는 원래 살짝 집사 중독증이 있다. 약을 먹일지 양치질을 할지 아직도 감은 안 잡히지만 일단은 집사 곁에 있고 싶다. 집사가 그리워 제 발로 뛰어올라 왔으면서 저 시선 좀 보소, "엄니, 또 내게 뭐 할 건 아니져?" 위로 치켜진 삼백안에 의심이 잔뜩 묻어 있다.

생각에 잠긴 고양이

"할 거 다 했어 이 넘아, 안심하고 있어도 돼~"

"흥, 믿을 수 없어!" 그렇게나 의심스러우면 오지나 말든가, 누가 불렀다고!?


이렇게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온갖 병에 시달리는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도 호기심도 주체가 안 되고 만날천날 입속에 막대기를 쑤셔 넣어도 한 번 중독 된 집사는 끊기가 어려워 자석에 이끌리듯 곁에 와서는 불안해 하고... 이런 것이 가족이고 사랑이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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