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철수는 놀고 싶으면 집사에게 확실한 신호를 주는데
이렇게 장난감 주머니가 걸려 있는 문 앞에 앉아 주머니 한 번 쳐다보고 집사 한 번 쳐다보고,
그러다 반응이 없으면 직접 주머니로 뛰어오르는 일도 잦았는데 이 그림은 2018년 가을의 것이고 2019년 하반기부터는 스스로도 제 나이를 느끼는지 - 우리나라 나이로 10살이다, 벌써...
가만히 앉아 떵 마려운 강아지처럼 집사 한 번, 주머니 한 번~
암만요~ 놀아 드려야지요~
바닥에서 문을 기어오르겠다는 대담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계단계단 밟아 캣폴로 뛰어오르는 건 아직 순식간에 휘릭! - 이 표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 표정 중 하나이다. 안 예쁜 고양이 표정이 어딨겠는가만은 윗 눈꺼풀을 일자로 만들어 엄청 심각하다는듯 연기를 할 때 푸히힛!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신이 났길래 이 참에 저 쪽에 잘 안 가시는 해먹에도 엉겁결에 들어가실지 유인을 해본다.
따라오기는 잘 했는데...
장난감이 해먹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위치로 도망가자 두 손 나란히 모으고 앉아 바라만 보고 있다. 정신없이 놀다가 나도 모르게 들어가버리고 말았네? 이런 거 없다.
다시 고양이를 흥분에 빠뜨리기 위해 까딱까딱 장난감을 제 쪽으로 움직여 주니
아이고 환장 하겠네, 또 심각해진 일 자 눈꺼풀만 만들고 해먹 정복은 안 하신다.
"네 이 놈! 다시는 달아나지 못하게 할테얏!" 사냥감을 입에 단디이 물고 캣폴을 내려올 작정인데
고지가 눈 앞인데 포기할 집사도 아니다, 에잇~ 장난감을 다시 해먹 너머로 잡아당기니
이 고양이 하는 짓 좀 보소, 해먹에는 절대로 안 들어가고 테두리에 발만 올리고 몸을 띄워 천장과 벽에 붙어 있다시피 한 장난감을 다시 붙잡아 보려 애 쓴다. 사람 같으면 발을 헛디뎌서라도 해먹 안으로 빠질만도 하건만...
도저히 해먹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장난감을 사냥할 수 없다는 걸 빠르게 깨달은 스마트한 고양이, 휘릭 돌아서 내려오더니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침대 아래에 있는 제 동생을 노린다. 장난감 사냥에 실패 했으니 전가공격이라도 하려는 모양새다.
위기감을 느낀 집사, 간식통을 짤랑짤랑 흔들어 관심을 돌리게 하는 것에는 성공 했으나 잠시 들여다 보다가
"놀리나?"며 화 난 표정으로 돌아서는 눈치 보게 만드는 예사롭지 않은 대장 고양이~
그런데 말이야, 첫번째 캣폴의 해먹에는 내내 거기서 살던 고양이처럼 첫날부터 들어가 그루밍을 시전 하시더니 두 번째 캣폴의 해먹에는 도대체 왜 안 들어가는 것이야? - 캣닢 마따따비도, 세탁도 다른 천도 다 통하지 않아 집사는 도대체 "네가 왜 이러는지 몰라~ " 트로트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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