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캣타워를 창가로 옮기고부터 두 고양이 형제는 심심할 때나 집사를 기다릴 때 저 곳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는데 (저 물건은 이 아이들보다 3달 젊은 것이니 이 역시 낡을대로 낡았다)
철수가 그 위에서 그루밍을 하며 무료해 보이길래
새 캣폴을 설치한지 꽤 됐는데도 너무나 아이들 관심 밖이라 애가 달아 이빨과자를 이용해 새 캣폴로 유혹을 한다 (이빨 과자를 먹고 귀를 심하게 긁기 전의 일이었다)
역시 대장 고양이답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휘릭 뛰어 오른다. 나는 고양이의 장면들 중에 이런 것이 가장 익사이팅하다. 두 손이 공중에 뜨거나 두 발이 공중에 뜨거나~
이빨과자는 더 줏어 먹고 싶지만 아직 영 정이 들이 않은 캣폴에는 있기 싫었던지 얼른 익숙한 캣타워의 좁은 바스켓 안으로 옮겨 앉는다. 그런다고 물러설 집사가 아니지~
손만 올리면 되는 위치에 이빨 과자를 놓아주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으로 샤샥~ 그런데 손가락이 영 시원찮게 생겨 과자가 바닥으로 뚝! 떨어지네?
손가락 제대로 가진 인간이 줏어다 조금 더 멀리 놓아주니 "으헝~"
내친 김에 해먹에도 드가볼래? 그렇게 해먹 안으로 떨어뜨려 주니
아무리 이빨과자가 맛 있어도 그건 도저히 안 되겠는 모양이다. 해먹 안에는 손도 발도 입도 대지 않는다. 아마도 저 북실북실한 느낌의 천 때문인 것 같다 - 우리 아이들은 저런 느낌의 천을 대단히 안 좋아한다. - 캣 타워도 부분적으로 저런 천인데 적응하는데 3달 걸렸었다. 아마도 북실북실 어딘가 짐승 털 같아서 그런 모양이다.
"내 거어 들어가느니 이빨 과자 안 먹고 말라요~"며 가장자리만 조심조심 밟아
익숙한 구역으로 내려 오신다. 그래도 이 정도면 대단한 거다. 아무튼 해먹주변은 산책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하얀 고양이는 오히려 제 쪽에서 캣폴 쪽을 기웃거리며 서성이길래 이빨과자를 하나 얹어줬더니 몇 번이나 고개를 주억주억 건너다 보다
돌아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오히려 이 번에는 용기를 내기는 커녕 다리며 등을 잔뜩 낮추고 겁을 내는 꼴이,
"엄니, 난 아직 도저히안 되겠슈~" -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래, 아직 여기도 정복 못 했는데 너한테 새로운 장소 정복을 바라는 집사가 욕심이 넘치는 것이지~
어쨌든 같은 장소 같은 상황인데 어쩌면 이리도 두 녀석의 반응이 다른지... 고양이는 이렇게 서로 다름이 쉽게 인정도 수용도 되는데 사람도 서로 다름을 알아보고 인정, 수용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올라오는 장면이었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