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짝 한 번 해주시는데 들었던 장난감 링 값 900원 (폴짝 한 번에 900원 - 침대 밖은 여전히 위험해) 이 후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그 중 작은 링은
더 이상 갖고 놀아주지를 않으니 이렇게 경철 고양이 아침마다 약 먹일 때 캡슐 가두리로 쓰이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철수가 약을 끌어내려 드리블 하면서 뛰어다닌다) 청소할 때는 가끔씩 자리를 옮겨 책상 위로 갔다가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노트북 아래로도 기어 들어가곤 하는 모양인지
언제나처럼 집사 턱 밑에 받치고 앉아 예쁜 척하던 이 녀석이 갑자기 깔짝깔짝 뭔가를 긁어대더니
"아싸, 링이로구나~" 며 컴퓨터 아래에서 발굴 해낸 빨간 링을 손에 걸치고 드리블을 시작한다.
아이가 무엇을 가지고든 놀아주기만 하면 고맙고 기쁜 집사는 초점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마구 셔터를 눌러댄다.
아이고오~ 드리블 두 번 만에 빨간링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네~
후다닥 따라 달려내려간 하얀 고양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또 한참을 깔짝대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저 표정 좀 봐라. "기껏 놀아줬더니 빨간 링 주제에 달아난다고라? 안 놀앗!"
그래도 찌끔 미련은 남았는지 링이 사라진 방향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내 고양이의 뒷모습, 집사 눈에 아직도 아프게 띄는 것은 여전히 가실 줄 모르는 저 목 졸린 흔적... (내 느낌에는 치료약도 저 흔적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먹어야 하나 싶으다)
어쨌거나 거 참 아쉽구마이, 드리블 두 번만 더 했어도 900원 본전을 뽑았을 것 같은데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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