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종이끈)으로 고양이 숨숨집 만들기
경철 고양이가 철수 고양이에게 쫓기거나 약 먹기 싫을 때, 작은 방 구석에 있는 너무 오래되고 청소를 하지 않아 더러워진 스크래처 하우스로 더러 숨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대체할 숨숨집을 만들기로 마음 먹은 것이 2020/12/28 -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약 먹기 전과 후의 고양이 천사들 이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다른 만들 것들도 밀렸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마음 속으로 도안을 그려 보니 엄청 사이즈도 크고 디자인도 만만치 않아서 피하다 피하다 결국 시작을 하게 된 것이 1월 17일 - 정사각형으로 내경 35cm 정도 사이즈로 결정 했다.
바구니만 짜면 숨숨집의 기능은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위로 올라가서 전쟁을 하거나 캣타워처럼 이용할 때는 꿀렁거리거나 찌그러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골판지를 잘라 두께가 족히 0.5cm는 되는 내부용 상자를 만들었다 - 이건 외부용 바구니를 짜다가 생각해보니 바구니 모양이 나오는 걸 봐 가면서 거의 마지막 순서에 만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왜냐하면 바구니짜기는 대체적인 사이즈만 정할 수 있을 뿐 자로 잰듯 정확한 수치로 짜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며 그때그때 손 상태와 힘에 따라 모양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것이 예사이기 때문에 미리 정해 놓은 사이즈대로 마무리 되지 않는 일이 다반사이므로.
박스를 미리 만들어놓으니 중간중간 사이즈가 맞나 자꾸만 확인해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꼭 바구니를 먼저 짜고 그에 맞춰 박스를 만들기로!
아래가 너무 벌어지며 크게 짜여져 허리띠를 두 번 둘러 좁혀 주었다. 위 그림은 첫번째 허리띠를 둘렀을 때이다.
이미 바구니가 많이 높아져 고양이가 앉아 턱을 고이기에는 심히 무리가 되지 싶은데 비키라는 집사 말에 부득부득 턱을 치켜 고이고 "왜여, 난 여기가 편하고 좋은데~" 고집을 피우는 우리의 장남 고양이.
철수가 들어가 앉은 걸 보니 좀 낮아 보인다 40*40*40은 됐어야 할 모양이다. 이것이 말이 그렇지 실제로 작업 해보면 어마어마한 사이즈가 된다. 넓이는 35cm 정도라도 충분하지만 굳이 정사각형으로 잡은 이유는 넓이보다 높이가 더 나가면 자칫 아이들이 설칠 때 자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정사각형의 힘이 가장 안정적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높이가 좀 아쉬운데 진짜로 아쉽게도 지끈 날대를 처음부터 작정한 높이에 딱 맞게 잘랐기 때문에 더 높이면 마무리가 어려워진다.
80% 완성이다. 입구를 상자보다 좁게 만들어야 하므로 이제는 박스를 넣어놓고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모양이 똑 부러지는 정사각형이 아니어서 만드는 내내 찝찝, 만들고 나서도 찝찝... 아랫쪽이 너무 넓게 나와 위로 가면서 허리띠를 두 개나 두르면서 좁혀진 모양이 울퉁불퉁 가관이다. ㅜ.ㅜ
아이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니 입구를 좀 더 좁게 했으면 더 좋아했을 것 같은데 숨숨집은 처음이라 처음부터 지끈을 너무 빠듯하게 잘랐던 것이 두고두고 지독하게 아쉽다. 이제 한 번 해 봤으니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좀 더 크고 단정한 모습의 숨숨집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다만 문제는 이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거의 방치해 저 꼴을 만든다는...
숨숨집을 굴려가며 이쪽저쪽 사진을 찍고 있자니 "이게 뭔데~" 하듯 처음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는 경철 고양이. 이 녀석은 그 동안 귀약을 내내 먹어왔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숨어있느라 더더욱 이 물건에 관심을 보일 틈이 없었다.
경철 고양이가 잠시 관심을 보이길래 한 번 들어가 보라고 제대로 세워줬더니 일별도 않고 "나는 밥이나 먹을란다!"며 식탁으로 향한 후 입맛을 다시며 돌아보는 폼새가 집사 약을 올리는 것일까 제 딴에는 좀 미안한 것일까? ㅎ;;
아무튼 이렇게 생전 처음 해보는 숨숨집을 완성했다. 내경은 35cm지만 외경은 대략 38cm로 꽤 큰 사이즈인데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전력질주 해서 딱 일주일이 걸렸다.
해놓고 나니 아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첫술에 배 부르랴, 다음 번에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체크해가며 진짜로 반듯, 번듯한 넘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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