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고양이 지영이는 아줌마였다

처음 보는 지붕 위 길고양이 새끼

맨 처음에 지영이 새끼가 있는 모양이라고, 아깽이 소리 머스마 소리 다 난다 했었는데 오늘도 "에오, 에오" 완전 아깽이 소리가 마당을 휘돌아 담벼락 근처까지 옮겨지길래 네가 누군지 오늘은 꼭 봐야겠다 하고 미리 카메라를 들고 내다 봤더니 어슴프레한
빛에 지영이  와 있는 듯 보여서 "이게 네 목소리였어? 밥 있네, 지영아 먹어" 하며 사진을 찍었더니  느닷없이 하악!?

길고양이가 지붕 위로 밥 먹으러 와 하악질을 했다

 잘 못 들었겠지, 설마 자아가 내한테... 하며 북어채를 가져 와 던지고 (사료 위, 허연 것은 동결건조 닭가슴살이다, 혹 누군가 보시고  잡것 섞어주나, 하실까봐...)

새끼를 데려온 길고양이

다시 사진 찍기를 시도해 컴퓨터에 꽂으니... @@ 조 냔이 나에게 하악질을 한 게 맞았동~~ 지영이도 작은데(3킬로그램 좀 넘을까) 저것이 얼마나 작으면 지영이가 갑자기 이렇게 거대해 보이는지... 아깽이가 발가락에 페디큐어 한 것까지 아조 지영이냔을 빼다 박았다. 뒷다리에만 애미보다 좀 더 긴 양말을 신었다.

작고 예쁜 길고양이 새끼가 지붕 위에 밥 먹으러 왔다

그렇다면 지난 번에 지영이를 방어하듯 적과 싸우던 그 고양이는 아깽이 할머니, 아빠? 뭘 먹여야 젖이 잘 나와 저 아깽이 녀석 에오, 에오 하고 다니지 않을까? 아그야, 젖 떼도 될 만치 컸구마이... 애미 그만 애 먹이고 사료 묵어라~
마음이 찢어진다, 지영이 지도 아직 아기 같은데...

어린 고양이가 북어채를 먹어보려 한다

저도 북어채를 묵아 보겠다고... 저 아기가 우는 곳이 아랫집 창문 앞인데 계속 저러면 위험해지는데. 저 녀석 입 닫을 방법이 없을까??? ( 지붕이 저렇게 어지러운 건 모두 내 짓이다... --;;)

길고양이 아기를 정신 없이 내다보는 집고양이

아깽이 소리에 완전 넋이 나간 우리집 얼뜨기.2012.07.08
다음 날이다.

아기 고양이 눈에 이물질이 붙어있다

이 사진 정말이지 3D 기술로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그 순간에는 간절했다.  지영이 아깽이다. 어제 보인 그 녀석 외에 한 녀석이 더 있었다. 그런데 새로 나타난, 저 가슴이 하얀 녀석, 눈에 저게 뭐지?

아기 고양이의 눈동자가 상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아이들은 담벼락 밑에 꽁꽁 숨어있어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고 창 밖으로 팔을 최대한 길게 뻗어 줌으로 잡은 모습이다. 눈동자에 무엇이 박혀 있는 건 설마 아니겠지, 만일 눈동자에 박혔다면 눈 모양이 저렇게 온전해 보이지 않을 것이고 어쨌든 뭔가 달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지영이가 입으로 떼 줄 수 있지 않나, 안 되나?

아기 고양이가 눈 때문에 아파서 울었을까?

아이가 하도 울어서, 여태 빽빽 울어대던 놈이 저 놈인듯, 틀림없이 어디 아픈 놈이 있지 싶다는짐작으로 오만 방향으로 손 뻗어 수 없이 사진을 찍어 봤더니 저 꼴을 하고 있다... 저것이 어찌 된 상황인지 짐작 가는 사람, 별 것 아니다, 오버쟁이, 주책 바가지 할망구라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한 마음이다.만일 저것 때문에 아프다면 잠옷 바람으로라도 뛰어나가 잡아야지 암만! 지영이가 예민한 걸 보니 내놓기에는 아직 좀 어린 듯 좀처럼 눈에 안 보이게 한다.

점심 먹으러 온 길고양이새끼들을 살펴보는 길고양이 엄마

점심 무렵에 부르길래 내다 봤더니 그 와중에도 지 새끼들 잘 있나 연신 고개를 돌려 살펴보는데 어깨뼈가 집 안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게 불쑥 튀어나오도록 말라 비틀어진 냔... 뭐라도 많이만 먹어라, 하는 마음으로 가다랑어를 급히 뜯는 사이 밥을 먹고 있다가

고기를 물고가 새끼들에게 주려는 엄마 길고양이

떨어진 가다랑어를 물고 번개처럼 새끼들에게로... 다시 하나 뜯어 확실하게 건네 줄 생각으로 내려갔더니 별로 놀라지도 않고
두 세 걸음 물러나 있길래 담장 위에 얹어주고 쿨하게 돌아서 올라오는 사이 당연히 물고 갔는지 내다보니 아이도 가다랑어도 흔적이 없음. 사료가 있는 데도 나를 불러댄 건 아기들에게 물어다 줄 거 내 놓으라는 뜻이었던 듯 하다. 2012.07.09

고양이 무마취 미용

원래 나는 강쥐, 괭이들의 미용 - 질병이나 위생적인 이유 없이 그야말로 "美"를 위한 -을 억세게도 이해 못해 하는 유형인데, 요즘 들어 고양이 미용관련 이야기들이 자꾸 눈에 띄어 눈알이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가라 앉힌 끝인데 그저께 반려동물 카테고리를 돌아다니다

 

"내 고양이, 원래 매 년 마취미용을 시켜왔다. 그런데 몸에 안 좋다니 올 해는 무마취 미용을 맡겼다, 두고 가래서 나는 나왔는데 아이가 미쳐 날뛰다 줄에 목이 졸려 죽었다. 분양비만 해도 50인데 정신적 보상은 무시하고 50만 준단다, 도와 도!"


이런 요지의 글을 읽고 결국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좀만 신경 쓴다면 충분히 케어가 가능한 중모의 파란눈을 가진 터키시 앙고라였다. 터키시 앙고라의 털은 보호자가 관리하지 못할 만큼 절대로 길게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미용은 왜? 물론 아이가 그렇게 간 사실을 애달파는 하더라만...


*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 드리면 강쥐와 달리 고양이는 미용이라는 행위와 맨정신에는 타협이 안 되는 성정이라 무려 "전신마취"라는 걸 한다. *

고양이 미용은 미친 짓이다!

 위 사진은 전신마취를 견디게 하고 만들어낸 아름다운? 모습이다. 각설하고, 아래는 내가 부린 히스테리 내용이다. 눈이 뒤집혀 사람 마음아프겠다, 이런 거 하나도 생각 안 났다.

고양이: 나
    사진을 보니 털이 감당 못하게 긴 아이도 아닌데 미용은 왜 하며
    보호자가 마취 상태도 아닌 불안한 아이를 두고 나갔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갑니다.
    고양이가 보호자도 없이 낯선 곳에서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단 말이지요???
    털이 유별나게 길었다는 변명은 하지도 마십시오
    터키쉬 앙고라 털길이 뻔합니다!
    사람은, 쌍방이 똑 같습니다
    아이만 불쌍하다는 생각입니다
    저 죄없는 것이 왜인지도 모르고 묶여서...
    참 너무들 하십니다!!! New삭제
    2012.07.07 15:30

어쩌고 저쩌고 쌈박질하기 싫어서 익명으로 단 댓글에 비겁하게 숨는다고 이해력이 딸리냐고, 법적으로 동물은 재산이고 자신은 재산을 잃은 사람이라는 식의 답글이 달렸길래 (전문을 떠다 놓았지만 댓글에도 저작권이 있다 할 까봐 공개 못한다) 숨지 않고  래와 같은 답글을 달고 관심을 끊었지만...

고양이: 나 (로그인 해서 신분을 밝힌 상태)

 

    재산, 계약위반... 이런 것 때문에 쓰신 글이었군요.
    아이는 그렇게 가고 말입니다.
    남의 일이라 쉽게 말 하지요,
    저라면 그런 일 애초에 할 생각도 않았을 테니까요.
    님도 이해를 올바르게 하시길 바랍니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하셨는지가 이해력 부족한 저에게는 궁금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몇년간 마취미용을 해오셨다니,
    할 말이 없습니다.
    숨지 않았습니다, 제가 누군지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떨 것 같아
    이런 말로 도발을 하시는지... 웃지요. New삭제
    2012.07.07 20:24

아이들 미용에 관해서 이리 관대하지 못한 건 어디까지나 내 사견이며 사감이라 할 수도 있으므로 설득을 위한 논문은 생략하고... 이 날 저녁 무려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깊기도 얕기도 한 이빨 자국을 남겨 놓은 자신이 돌아봐져 나, 호르몬제라도 복용해야 하는 거 아니야? 스스로에게 그랬다... 이 에피소드는 그 날 남긴 이빨 자국 중, 중간 단계일 뿐이니.

 

지금 생각하면 저 때만 해도 대단히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이었구나 싶으다. 저 많은 사진을 찍고 저 많은 말들을 하고 게다가 길길이 날뛰기까지! 그러나 늙어 좋은 건 길길이 날 뛸 에너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는 몇 년 전보다 더 많이 나고 일일이 싫은 것도 더 많아졌지만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그냥 누르고 지나간다, 잊는 속도도 빨라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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