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고양이 지영이

지영이 -이웃님께서 지어주신 창문 아기 이름이다.  아침에 내다보니 밤 새 다녀갔는지 봉지가 거의 비어 있었다.

창문 밖 고양이 지영이

사료는 좀 남았으니 우선 물부터 내려야겠다는 생각에  궁리하다 생각난 것이 비누 만들어 굳히기용으로 사 두었던 원통형 비닐.

창문 밖 고양이에게 밥 주기

사실 내가 철물점 가서 2미터는 돼야 할 것 같은 PVC파이프를 사들고 올 일이 좀은 까마득해서 잔머리를 쓴 것이다, 비닐이라 방범창에 묶어두면 보관도 편리할 것 같고.

창문 밖 고양이를 위한 밥길 만들기

길이 재가며 꼼꼼히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주루룩 풀어서 질질 끌고 들어오니 울 아그들 웬 잔치냐, 신났다. 그리고 마침 어제 찜닭에 딸려온 작은 콜라 pet 병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어, 아무래도 끝부분은 파이프 같은 것이 달려 있어야 조준도 쉽고 물, 사료 내리기도 용이할 것 같아 이놈 양끝을 식도로 잘라내고 비닐에 끼워 테이프로 단단히 접착했다. 전체를 통파이프로 쓰는 것보다는 조작이 좀 어렵겠지만 임시방편으로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집사가 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고양이

물도 준비하고...
철수군, 지 물이 집 구석구석에 4 곳이나 준비 돼 있는데 또 남의 것을 탐내고 대그빡 쑤욱~ 집어 넣었다가 혼났다.

고양이 물그릇 완성

우선 그릇부터 내리고, 플라스틱이라 바람에 날려갈 걸 대비해 끈은 자르지 않고 방범창에 묶었다. 그러다 뭔가 느낌이 있어 눈을 돌려봤더니,

창문 밖에서 올려다 보는 길고양이

글쎄, 조 냔이 지를 위해 뭔가 일을 꾸민다는 걸 다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조렇게 앉았더란 것. 그러면서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정 사료 공급이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 담벼락 밑으로 봉지사료를 던져 놓아도 되겠다는. 이집 담장과 저집 마당 사이에 아이들 숨어 움직이기에 맞춤한 공간이 눈에 띈 것.

예쁜 창문 밖 고양이

앙큼한 냔이, 물을 내리는 동안 올라와서 요러고 지켜보고 있다. 내게 눈을 꽂아 놓고 있길래 꾸움뻑~ 눈키스를 날렸더니

눈을 게슴츠레 뜨는 창문 밖 고양이

꾸움뻑~ 되돌아 오는 중이다. 오늘은 계속 반응을.

담벼락 아래로 숨은 창문 밖 고양이

물이 끝나고 밥이 내려가기 시작하니 뭔가 겁이 났던가 담벼락 밑으로 후다닥 뛰어내리길래 배 고프면 오겠지, 하고 무심히 인증샷을 몇 장 찍었는데 컴퓨터에 꽂아보니 조 냔이 조따구로 숨어서 다 지켜보고 있었다. 얹어 준 주식캔 다 걷어드시고 물도 수위가 제법 내려간 것이 맛있게, 건강하게 먹었구나 싶어 고마움을 느낀 아침이었다. 그런데 지영아, 어제 남긴 것도 다 먹어 없애구라~~ 2012. 06.23

창문 밖 고양이 밥 자리

사실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며 007작전을 펼 필요가 없었던 것이 한 때 내 학부형이었던 집 주인 아짐, 참 많이 베풀고 아량이 넓은 사람으로 코스프레 하시는 분이라 괭이들 드나드는 거 정말 싫음서 밥 주지 마시라는 소리 절대! 하지 않을, 아니 못할 사람, 오히려 동조하는 듯 연기할 사람이란 걸 저 때 알았더라면!  - 내가 떠난 오후에 바로 밥그릇이 싹 치워졌더라는 기가 막힌 후문. 그런데 사람 육감은 왜 나쁜 데만 늘 들어맞을까, 이 아짐 선하고 아량이 하해와 같은 척 연기를 해도 아니야, 이건 아니야, 그래지던 마음. 난 내가 무조건 부정적인 성향이라 그런 줄 알고 이 아짐에 대해 의심이 일어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나쁜 년"했었다. -덕분에 나와 지영 패밀리 앞에 잠시 꽃길이.

 

길아이들 이야기는 버릴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버리고 떠나온 마음이 아직도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이 아이들, 땅층에 새로 생긴 치킨집에서 남은 고기를 주고 있긴 하다지만 우리 지영이, 그리고 우리 순덕이...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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