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어수선 하거나 청소 중일 때 고양이들이 유난히 생기발랄해지는 건 우리 집 이야기만이 아닐 것이다
어느 날 청소 중에 정말로 손바닥 만한 빈 종이상자를 바닥에 내려 놓으니 뭐 탐색이고 나발이고 그런 거 없다, 걍 머리부터 디밀고 "철수 없다!"를 시전하신다.
한참을 머리만 디밀고 버르적거리다 별 수 없어 철수 고양이가 자리를 떠나니 이 번에는 하얀 고양이도 "경철이 없다아~"를 시전 하고픈데 입구를 못 찾고 있다
이건 갑자기 무슨 장면? 도무지 방법이 없는 찌끄만 상자에 지레 흥미를 잃고 자리를 떴다가 경철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니 '내가 먹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깝고'의 심리가 발동하여 경철의 목덜미를 한 차례 '카악!'하여 바구니 동굴 속으로 쫓아버린 직후의 장면이다 - 뒤에 보이는 바구니 동굴 속 하얀 덩어리, 저것이 쫓겨 들어간 불쌍한 경철 고양이다
즈 동생 때리면 집사가 싫어하다는 거 뻔히 알고 있는 철수 고양이, 혼나기 전에 길게 씩씩대지 않고 이내 자리를 떴는데 이 고양이는 아직도 잔뜩 쫄아있다 - 이런 모습이 딱해 죽겠으면서 동시에 귀여워 귀여워 몸서리가 날 정도인 집사는 이중인격인가?
세상 심각한 표정과 조심스러운 동작이다
저 쪽에 있는 철수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니 짐짓 딴청 "난 네가 무서운 게 아니고 이 상자에 관심이 있을 뿐이야!"
다행히 철수가 외면 해 준 덕에 겨우 빠져 나오는 여전히 두 눈에는 근심이 한 가득이다, 불쌍한 내 시키~
다시 쫓아 씩씩거리며 도끼눈을 한 넘과
다시 쫓겨 다른 동굴로 숨어든 넘 - 아이고오~ 세상 심각하다!
(그러나 경철 고양이를 애처로워 하실 분들을 위해 언제나처럼 사족을 달면 : 경철 고양이는 지나가는 제 엉아에게 기습적으로 솜방망이를 휘두르는 양아치 짓을 습관적으로 하는데 그것도 아주 제대로여서 머리에서 '빡치는' 소리가 제대로 날 정도다. 더구나 지가 더 높은 곳에 있을 때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다, 스크래처 기둥에 거꾸로 매달려서 한 손으로 아래에 있는 형에게 한 펀치 날릴 정도로 센 양아치다. 그러므로 쌤쌤!)
인간 세상의 아웅다웅, 아등바등도 신이 보시기에는 이리 귀엽고도 하찮은 것이려니... 그러나 고양이들은 동족의 목숨은 빼앗지 않지만 사람들은 고양이와 똑같은 수준의 하찮은 일로도 남에 목숨을 뺏고 빼앗기고 - 신이 보시기에 인간들도 하찮지만 죄 없이 귀엽기만 한 존재가 되는 날도 언젠가는 왔으면, 뜬금없는 소망이 생긴다
"더러븐 세상, 나는 간식 사냥이나 할란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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